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캡틴’ 손흥민(32)은 명실상부한 팀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하지만 손흥민은 최근 속앓이했다. 내년 여름 계약이 끝나는데도 불구하고 구단에서 계약 연장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계약을 맺어 레전드 대우를 하는 대신 1년 연장 옵션만 발동하고 작별한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여러 유럽 명문 구단들과 이적설까지 이어지며 손흥민의 거취는 안갯속에 빠졌다. 심지어 공격 포인트를 착실하게 쌓지 못하고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에이징 커브’가 왔다며 현지 언론으로부터 평가 절하를 당하기도 했다.
이런 손흥민이 단 45분 만에 1골 2도움을 퍼부으며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입증했다. 토트넘은 16일(한국시간) 영국 사우샘프턴의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EPL 사우샘프턴과 16라운드에서 5-0으로 완승을 거뒀다. 승점 23을 쌓은 토트넘은 최근 공식전 5경기 연속 무승(정규리그 1무 2패·유로파리그 2무 1패)의 부진을 씻고 10위로 올라섰다. ‘꼴찌’ 사우샘프턴(승점 5·1승 2무 13패)은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토트넘 캡틴 손흥민은 이날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해 펄펄 날았다. 전반전만 뛰면서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직전 15라운드 첼시전 득점에 이어 2경기 연속골이다. 정규리그 5호골을 쌓은 손흥민은 이날 어시스트 두 개도 더하면서 5골 6도움으로 9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달성했다.
특히 손흥민은 토트넘 입단 이후 EPL 무대에서 이날까지 68개의 도움을 쌓아 ‘토트넘 역대 EPL 최다 도움 선수’ 1위로 우뚝 섰다. 토트넘 홈페이지에 따르면 종전 최다 어시스트 기록은 1992∼2004년 활약한 대런 앤더턴(67개)이었다. 손흥민이 이날 2개의 도움을 쌓아 단숨에 기록을 경신했다.
‘축구 도사’ 손흥민의 진가가 발휘된 경기였다. 토트넘은 전반전 시작 37초 만에 제드 스펜스의 침투 패스를 받은 제임스 매디슨의 선제골이 터져 쉽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추가골은 손흥민이 책임졌다. 손흥민은 전반 12분 오른쪽 측면에서 투입된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를 맞고 굴절되자 페널티지역 정면 부근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득점포를 가동했다. 정규리그 5호골이자 시즌 6호골. 이 골은 손흥민의 EPL 통산 125호골로, 니콜라 아넬카(프랑스)와 함께 역대 리그 통산 득점 공동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골맛을 본 손흥민은 이후 공격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 도우미로 변신했다. 손흥민이 전반 14분 왼쪽 측면에서 투입한 크로스가 도미닉 솔란케의 몸에 맞고 나오자 굴절된 공을 데얀 쿨루세브스키가 마무리하며 토트넘이 3-0으로 앞서갔다.
전반 25분 토트넘의 네 번째 득점은 손흥민이 직접 도왔다.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서 전달한 공을 파페 사르가 잡아 왼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토트넘은 전반 추가 시간 매디슨이 또다시 손흥민의 도움을 받아 5-0을 완성했다. 손흥민이 아웃프런트킥으로 그림 같은 패스를 찔러 넣었고, 매디슨이 상대 수비를 제친 뒤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전반에만 1골 2도움을 터뜨린 손흥민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휴식 차원에서 브레넌 존슨으로 교체됐다. 토트넘은 20일과 23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을 만나 강행군을 앞두고 있다. 전반에 5골을 쏟아낸 토트넘은 후반에는 추가 득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스코어는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에게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 9.3을 줬다. 풋몹은 멀티골을 기록한 매디슨(평점 9.2)에 이어 팀 내 두 번째인 평점 9.1을 매겼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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