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실리콘밸리 거물급 인사 대거 중용

백악관 인사관리국 국장 이어
AI 수석 정책 고문도 테크업계
덴마크 대사는 페이팔 창립자
1기 때와 달리 ‘친기술’ 행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새 행정부의 주요 직책에 테크(기술)업계 거물급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실리콘밸리와의 밀착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미 언론이 23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공무원 채용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부서인 인사관리국 국장으로 벤처투자사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매니징 파트너인 스콧 쿠퍼를 지명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같은 날 역시 테크업계 출신인 스리람 크리슈난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의 인공지능(AI) 수석 정책 고문으로 지명했다. 크리슈난 역시 호로위츠의 총괄 파트너로 일했으며, 이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트위터, 야후 등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다. 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2년 트위터를 인수한 직후 한동안 트위터 경영을 돕는 등 머스크와 가까운 사이로도 알려져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페이팔과 파운더스 펀드의 공동 창립자인 켄 하워리를 덴마크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했으며, 최근까지 테크 스타트업 스케일AI에 몸담은 마이클 크라치오스를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으로 임명했다. 또 전 우버 임원 에밀 마이클을 연구·엔지니어링 담당 국장으로 발탁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백악관의 ‘인공지능(AI)·가상화폐 차르’로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명하기도 했다.

테크업계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계열 인사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지난 대선에선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인을 공개지지하며 적극적인 선거지원에 나서는 등 실리콘밸리 내부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세력이 다수 나타난 것이다.

스콧 쿠퍼(왼쪽부터), 스리람 크리슈난, 켄 하워리, 마이클 크라치오스, 에밀 마이클, 데이비드 색스.

이런 변화에 트럼프 당선인이 2기 행정부에서는 테크업계 전반과 긴장된 관계를 유지했던 1기 때와 다른 ‘친기술’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테크업계 인사들의 연속된 백악관 입성으로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앞서 실리콘밸리 주요 테크기업의 CEO들은 트럼프 당선 이후 그를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최근 몇 주 동안 플로리다 팜 비치에 있는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 마러라고 리조트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테크업계에서는 이런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들의 백악관·정부 입성에 환영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기업용 클라우드업체 박스의 CEO인 에런 레비는 “새 정부가 극도로 기술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정말 보기 좋다”며 “우리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변곡점에 있고, 기술에 초점을 둔 강력한 리더들을 정부에 두고 미래를 향한 정책들을 추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필웅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