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한남동에서 일어난 일로 인해 우리나라의 국격이 하루아침에 바나나 공화국 수준으로 폭락했다”면서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했다. 이 교수는 경제학도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경제학 원론’의 저자로 국내 대표적 미시경제학자로 꼽힌다.
이 교수는 지난 5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남들보다 앞장서서 법질서를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남들은 다 지키는 법질서를 헌신짝처럼 여기다니요”라면서 “무법천지의 바나나공화국이라면 모를까 엄연한 법치국가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추위에 떨며 거리에 밤을 새운 민주시민들이 올려놓은 국격을 하루아침에 땅바닥으로 떨어뜨려 버렸다”고 덧붙였다. 바나나공화국이란 표현은 미국의 소설가 오 헨리가 중남미 온두라스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양배추와 왕들’에서 나온 것으로,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를 일컫는 표현이다.
이 교수는 먼저 윤석열 대통령이 그간 자신이 강조했던 법치와 공정이란 가치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는 늘 입버릇처럼 ‘법질서’를 부르짖던 사람 아니었습니까”라면서 “자기 정적에게는 먼지 하나라도 털어내 추상같은 법의 철퇴를 내려치던 사람 아니었습니까. 마치 법의 화신인 양 우쭐대던 사람인데 법이 자기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것 같으니 이젠 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식으로 무시해 버린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법원이 정식으로 발부한 영장인데, 그것이 불법이라며 불복할 이유가 손톱만큼이라도 있나요”라면서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법을 공부했길래 검사생활을 오래했다는 사람이 그런 무식한 발언을 감히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집행을 막은 경호처도 비판했다. 이 교수는 “경호처는 국가기관입니까 아니면 윤석열이 사비로 고용한 민간경비업체입니까”라면서 “엄연한 국가기관을 자신의 사적인 이득을 위해 악용한 만행은 두고두고 규탄받아야 한다. 어떻게 국가기관인 경호처가 법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다른 국가기관이 정당하게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 훼방을 놓는다는 말입니까”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법치주의를 훼소한 이후의 후폭풍도 우려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법질서가 엄청나게 망가져 버렸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대통령이 법질서를 헌신짝처럼 여기는데 국민이 왜 자진해서 법질서를 지키려 하겠습니까”라고 밝혔다. 이어 “법원이 정식으로 발부한 영장까지도 불법이라고 우기는데, 이제 무엇이 법질서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겠습니까”라면서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한 사람의 만행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이제 무법천지의 시대로 들어가려는 것 같네요”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지금처럼 법치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사태가 지속될 경우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는 지금 이 정도로 망가진 상태에서도 정상적 상태로 회복되려면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그런데 대통령이란 직책을 한사코 끌어안고 있는 사람이 벌이는 작태로 인해 하루하루 더욱 심하게 망가져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끝으로 윤 대통령이 털끝만큼의 양심이 있다면 나라가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수사와 탄핵 심판에 협조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그는 자리를 지키려는 탐욕에 눈이 멀어 양심도, 체면도, 상식도, 애국심도 모두 헌신짝처럼 내던졌다”면서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검은 속셈으로 선동질로 국민을 이간시켜 망국의 길로 이끄는 그를 보며 깊은 절망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따라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한시라도 빨리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려 그를 영원히 추방시키는 일뿐”이라면서 “대통령 한 사람을 잘못 뽑은 대가가 이렇게 혹독할 줄은 미처 몰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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