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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수사권 조정’이 尹수사 발목… 검·경 혼선 부추겨 [탄핵 정국]

입력 : 2025-01-07 17:37:35 수정 : 2025-01-07 21: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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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수사 놓고 허점 연이어 돌출

檢의 警 수사지휘권 폐지 영향 지적
공수처법 졸속입법 논란도 다시 야기
수사기관 간 업무 분담 명확히 안 돼
상호 협조 시너지 대신 수사력 낭비만
“논란 없앨 수사가 논란만 불러” 비판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수사 과정을 둘러싸고 검찰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로부터 수사 협력을 받지 못하는 등 수사 기관 간 경쟁과 혼선이 심화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성급했던 문재인정부의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졸속 출범으로 인해 무너졌던 사법체계의 단면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7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시작으로 이 사건 관련자 6명을 줄줄이 재판에 넘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이들을 기소하기 전은 물론 현재까지도 경찰로부터 사건 관련 증거를 넘겨받지 못했다.

헌재 탄핵 심판 속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첫 정식 변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왼쪽부터)과 정정미·이미선 헌법재판관이 나오고 있다. 헌재는 14일부터 설 연휴를 제외하고 매주 두 차례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연합뉴스

이 사건 관계자들을 동시에 수사 중인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김 전 장관이 검찰에 긴급 출석한 지난달 8일과 12일 김 전 장관의 집무실과 공관,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비화폰(보안전화)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주요 사건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피의자의 조서 등을 제외하고, 검찰에 넘긴 사건 관련 자료는 고발장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자를 최종적으로 기소해야 하는 검찰에게 김 전 장관 비화폰 등 핵심 증거들을 넘기지 않은 것이다. 이에 검찰은 별도로 압수수색, 관련자 조사 등을 진행해 피의자들을 기소했다.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수사에 착수했지만, ‘시너지 효과’를 내기보다는 중복 수사로 인한 수사력 낭비만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1년 문재인정부 당시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해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 전에는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 이에 따라야 한다”는 규정과 세부사항을 규정한 대통령령에 따라 검찰의 요구가 있으면 경찰은 사건이나 사건 관련 자료 등을 넘겼다.

 

그러나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해당 조항이 없어지고 검찰과 경찰 간 관계가 ‘지휘 관계’에서 ‘협력 관계’로 바뀌었다. 검찰은 이번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경찰과 공수처가 검찰을 빼고 ‘공조수사본부’를 꾸리면서 경찰과 검찰 간 수사 협력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7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청사 입구에 공수처 현판이 보이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 사건을 이첩받은 공수처가 수사 도중 한계에 번번이 맞닥뜨리며 공수처법 ‘졸속 입법’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의 ‘관련 범죄’로 내란 혐의까지 수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공수처에 변호인 선임계조차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2021년 출범 때부터 이런 입법 공백 문제로 공수처 검사의 지휘와 권한을 둘러싼 해석상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전날에는 공수처가 “체포영장의 집행을 포함해 검사가 재판의 집행 지휘와 감독을 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 4조1항4호 등은 제외하고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는 공수처법 47조를 간과하며 법을 잘못 해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경찰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권을 넘기고 집행을 지휘하려던 공수처는 하루 만에 이를 철회했다. 공수처조차 공수처법 해석을 두고 혼란을 빚는 상황인 것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권은 없어 추후 검찰에 사건을 넘겨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검찰이 공수처에 보완 수사 요구를 할 수 있는지, 구속 수사를 할 경우 검사의 최장 구속 기간 20일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명문 규정이 없다. 공수처가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및 통신 영장을 법원에 청구해 발부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도 논란이 제기된다.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을 근거로 경찰로부터 압수수색 및 통신 영장 신청을 받을 수 있다고 보지만, 일각에서는 공수처 검사가 경찰 신청 영장을 심사할 수 있다는 규정은 공수처법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국가 공권력은 국민을 위해 최선의 결과를 맺도록 발휘가 돼야 하는데, 검경 수사권 조정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장벽을 쳐 놨다”며 “이런 사건일수록 사실은 수사 대상자한테 빌미를 주면 안 되는데 자꾸 빌미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유죄를 받아내기 위해 수사를 하는 건데 기소와 공소유지를 해야 하는 검찰한테 경찰이 자료를 안주는 건 사건의 무게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조직만 생각하는 것”이라며 수사를 누가 해야 하는지부터 계속 다투면서 중복 압수수색, 중복 소환조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검토와 국민적 합의 없이 수사권을 조정해놓은 더불어민주당의 책임도 크다”고 꼬집었다.

 

한편 공수처는 지난 6일까지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유효 기간이 만료되기까지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못하자 전날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재청구했고, 이날 오후 법원은 체포영장을 다시 발부했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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