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요다구 고쿄(皇居)는 일왕의 거처이면서 도쿄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다. 동시에 일왕을 정점으로 이어져 온 일본 역사의 한 상징이다. 가늠하기 힘든 유·무형의 의미를 가진 이곳을 자산가치로 따지면 얼마나할까. 3958억엔, 우리 돈으로 하면 3조6400억원 정도다. 일본 재무성이 국유재산법에 기초해 국가가 보유한 토지, 건물, 설비 등에 대한 자산가치를 추산한 결과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재무성은 국유자산인 토지, 건물 등의 가치를 국세청이 산출한 토지 평가액, 감가상각 등을 반영한 가격 등을 토대로 계산해 지난해 12월 공표했다. 토지, 건물 등의 시가가 100억엔을 넘는 곳(지난해 3월 기준)은 모두 406건으로 파악됐다.
도쿄 오타구의 도쿄국제공항이 9139억엔(8조4100억원)으로 가장 높게 평가됐다. 닛케이는 “부지 면적이 넓은데다 고액의 항공설비가 많아 많아 자산가치가 압도적이었다”고 전했다. 일본 정치의 중심지인 국회의사당은 3111억엔(2조8600억원)으로 파악됐다. 닛케이는 “가치가 높은 것은 땅값이 비싼 도쿄 도심부에 있는 자산이었다”며 “2012년 3월말 기준으로 고쿄는 2644억엔(2조4300억원), 국회의사당은 2360억엔(2조1700억원)이었다. 지난 12년간 고쿄는 1.5배, 국회의사당은 1.3배 가치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자산가치 상승의 배경으로는 대담한 금융완화를 내건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정책)가 2013년 본격화되면 도쿄 도심부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던 것을 꼽았다. 또 엔저 등으로 해외에서 자본이 유입되며 민간 부동산거래시장에서 가격이 높아진 점을 들었다.
문화재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것도 확인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일본의 대표적인 고도인 나라에 7세기 말∼8세기 초 조성된 기토라고분(국보)은 2억4000만엔(22억원), 1868∼1869년 메이지 정부와 옛 막부 세력이 벌인 내전 보신전쟁의 무대인 홋카이도 고료가쿠 유적(특별사적)은 1억6000만엔(14억원)이었다. 닛케이는 “어디까지나 토지나 건조물 등의 평가액에 근거한 것으로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매길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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