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어머니는 보이지도 않은 길 끝에서 울었다. 혼자 먹은 저녁만큼 쓸쓸한 밤 내내 나는 망해가는 늙은 별에서 얼어붙은 구두끈을 묶고 있었다.
부탄가스 하나로 네 시간을 버티어야 해. 되도록 불꽃을 작게 하는 것이 좋아. 어리석게도 빗속을 걸어 들어갔던 밤. 잠결을 걸어와서 가래침을 뱉으면 피가 섞여 나왔다. 어젯밤 통화는 너무 길었고, 안타까운 울음만 기억에 남았고, 나는 또 목숨을 걸고 있었다. 알고 계세요 하나도 남김없이 떠나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지. 저지대의 나무들은 또 얼마나 흔들리는지.
내 사랑은 언제나 급류처럼 돌아온다고 했다.
-시집 ‘밤에 생긴 상처’(민음사) 수록
●허연
△1966년 서울 출생. 1991년 ‘현대시세계’로 등단. 시집 ‘불온한 검은 피’,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내가 원하는 천사’, ‘오십 미터’,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등 발표. 한국출판학술상, 시작작품상, 현대문학상 등 수상.
△1966년 서울 출생. 1991년 ‘현대시세계’로 등단. 시집 ‘불온한 검은 피’,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내가 원하는 천사’, ‘오십 미터’,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등 발표. 한국출판학술상, 시작작품상, 현대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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