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그린란드를 향한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그린란드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군사적 압박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린란드와 인접 국가의 반발로 실현 가능성이 작게 점쳐지지만, 미국은 이미 다른 나라 땅을 돈 주고 산 적이 있다. 바로 알래스카다. 미국의 알래스카 매입 과정과 그린란드를 두고 벌어지는 현재 상황을 비교했다.
◆러시아, 식민지 ‘알래스카’ 헐값에 판매…미국엔 “강대국 발판”
미국의 49번째 주인 알래스카는 이전엔 러시아 땅이었다. 1741년 비투스 베링이 이끈 당시 러시아제국의 탐험대가 알래스카를 발견했고, 이후 무력과 강압을 동원해 원주민을 복속시켰다. 러시아는 1821년 외국인의 알래스카 경제 참여를 금지하는 칙령을 발표하며 알래스카에 대한 영유권을 국제적으로 선언했다. 원주민의 땅을 빼앗아 식민지로 만든 것이다. 해달과 바다표범 등 고급 모피를 제공하는 동물이 풍부해 알래스카는 러시아 모피 무역의 거점으로 부상했다.
러시아는 1867년 3월 30일 미국과 알래스카를 매입하는 협상을 타결했다. 1850년대 말부터 알래스카를 매각하고자 했는데, 통치에 드는 비용 대비 경제적 가치가 낮았기 때문이다. 크림 전쟁(1853~1856)의 패배로 재정난을 겪고 있던 러시아로서 알래스카는 통치하기 어려운 땅이었다. 러시아 차르 알렉산드르 2세는 알래스카를 미국에 넘겨 재정을 확보하고, 캐나다를 지배하던 영국도 견제하고자 했다.
미국은 아시아 무역을 위한 선박 연료 보급기지가 필요했다. 때마침 알래스카 매입을 제안받은 미국은 국무장관 윌리엄 H. 수어드를 대표로 교섭에 응했다. 알래스카는 협상 끝에 720만 달러, 현재 가치로 1억2900만달러(약 1880억원)에 미국에 팔렸다. 알래스카 면적이 171만8000㎢(한반도의 약 7.5배)인 것을 고려하면 푼돈이다.
당시엔 국고를 낭비해 얼음덩어리 황무지를 사들인 꼴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오늘날 알래스카 매입은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거래로 평가받는다. 알래스카는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태평양과 북극해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이고, 다양한 생태계를 보유한 천연자원의 보고다. 미국 역사사무국(Office of the Historian)은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데 중요한 발걸음이 됐다”고 설명했다. 매입 이후 알래스카에선 금광과 석유가 발견됐고, 북미에서 원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내륙 지역으로 추정된다.
◆1800년대부터 그린란드 눈독 들인 미국
알래스카 매입 성공 사례는 트럼프 당선인의 욕심을 자극했을 수 있다. 게다가 과거에도 미국은 그린란드를 사려고 시도했었다. 1800년대 앤드루 존슨 행정부에서 아이디어가 제기됐지만 크게 주목을 받진 못했다. 2차대전 이후에는 해리 트루먼 행정부가 1억달러에 매입을 타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현재 가치론 약 1조8000억달러(약 2600조원)에 이른다.
트럼프 당선인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9년 이미 그린란드 매입 가능성을 알아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측근들에 가능성을 여러 차례 타진했으며, 당시 그의 보좌관 일부도 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실제 매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린란드 매입 근거로 든 것은 ‘국가안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국가안보와 세계 전역의 자유를 위해 미국이 그린란드를 소유하고 통제하는 것이 전적으로 필요하다”라고 썼다. 그린란드에는 미사일 방어와 우주 감시 작전을 위한 미군의 전략 기지 ‘피투픽 우주기지’가 있다. 해당 기지는 냉전 시기인 1943년 세워졌는데, 러시아는 물론 중국과의 우주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시점에서 그 중요도가 낮지 않다.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보도에 따르면 200만㎢가 넘는 그린란드 전역에는 석유는 물론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등 희토류도 풍부하다. 특히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은 기존 중국과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던 희토류로, 미국이 눈독을 들일 가치가 있다.
중국 역시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인다는 점도 트럼프 당선인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16년 그린란드에 있는 미국 해군 기지를 사들이려 했으며, 그 외에도 그린란드에 공항을 건설하려 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와 달리 땅 주인 마음 없어…인접국 강한 반발도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알래스카와 달리 그린란드는 땅 주인의 판매 의사가 없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신년사에서 “세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소위 식민주의의 족쇄라고 할 수 있는 협력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전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접 국가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 장남의 그린란드 방문 소식에 “국경의 불가침(원칙)은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이것은 국제법의 기본 원칙이자 우리가 서구적 가치라고 부르는 것의 핵심 구성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 정상들과도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도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이고 분명히 유럽 영토”라며 “유럽연합(EU)은 세계 어느 나라가 됐든 주권적 국경을 침해하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침공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우리는 강자의 법칙이 통용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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