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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풍’ 때문에 수목 말라죽었다”…부산 해운대에 무슨 일이?

입력 : 2025-01-12 05:00:00 수정 : 2025-01-11 18: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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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풍 때리고 바다 염분 덮쳐…엘시티공원 나무 대거 ‘고사’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일대의 소공원에서 나무들이 대거 고사하는 현상이 발생해 지자체가 조사에 착수한다.

 

엘시티 지역은 초고층 건물로 인해 빌딩풍이 강하게 불어오는 곳으로, 태풍이 불 때는 내륙보다 최대 4배 이상 강한 바람이 발생해 피해가 심각하다.

 

지난해 8월 제10호 태풍 '산산' 영향으로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인근에 강한 빌딩풍이 몰아쳐 시민들이 힘겹게 걷고 있는 모습. 이미지투데이(왼쪽)·뉴스1(오른쪽)

 

해운대구는 오는 3월 엘시티 주변 소공원의 수목 상태를 전수조사하고, 정비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점검 대상은 총 3곳으로, 해운대구 920호(929㎡), 921호(4810㎡), 922호(2858㎡) 소공원이다. 이들 공원은 엘시티 시행사가 2020년 85억 원을 들여 조성한 뒤 기부채납한 곳으로, 해송, 후박나무, 애기동백나무 등 교목 약 250그루가 식재되어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엘시티가 건립된 이후 지난 2년간 약 50그루 이상의 큰 나무가 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운대구는 전문가 자문을 통해 빌딩풍, 높은 염분, 태풍 영향 등이 고사의 주요 원인임을 확인했다. 특히 여름철 태풍과 겨울철 기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봄에 정확한 피해 조사와 함께 나무 유지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구 관계자는 “염분에 강한 수종을 심었음에도 불구하고 복합적인 환경 요인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며 “올해 봄에 추가 조사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빌딩풍으로 인한 피해는 이미 몇 해 전부터 현실화된 문제다. 2019년 태풍 ‘타파’로 인해 부산의 전시시설 벡스코는 천장이 파손되고 외부 마감재가 떨어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벡스코는 고층 빌딩이 밀집한 센텀시티에 위치해 있어 빌딩풍의 영향이 컸던 사례다.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40m에 이르면 간판이 떨어지고, 초속 60m의 강풍에서는 목조 주택이 파괴되며 전신주와 가로등까지 넘어질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도쿄의 NEC 슈퍼타워와 같은 일부 초고층 빌딩은 설계 단계에서 빌딩풍을 약화시키는 구조를 적용하고 있다. 이 건물은 하단부에 2~3개 층 높이의 바람 구멍을 만들어, 바람의 세기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빌딩풍 문제를 줄이기 위해 고층 건물 간 간격을 규정하는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변 빌딩 간 간격이 좁으면 빌딩풍의 영향으로 저층 건물이나 기존의 구조물이 더 강한 바람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며, “지역 내 빌딩풍의 영향 범위를 설계 단계에서부터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사례는 빌딩풍으로 인한 환경적, 구조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도시 설계와 법적 규제의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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