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고공행진 탓 자본시장 투자 신중
자산운용사들, 환 헤지형 상품 등 추천
美 30년 국채 상품 대상 커버드콜 전략
매달 배당 받으면서 ‘기다리기’에 적합
생성형 AI 기술 활용 인프라 업체 주목
국내 조선업 ‘트럼프 효과’ 수혜 전망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1400원대 후반 고착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1일 오전 2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종가 대비 11.50원 상승한 14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470원을 웃돈 것은 지난 6일 이후 처음이다.
수출주도형 국가인 우리나라로서는 환율 고공행진의 장기화는 원자재 조달비용과 같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악재로 작용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고환율로 인해 자본시장 투자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자산운용사들은 고환율 시대에 대비할 수 있는 상품으로 환 헤지형 투자나 미국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 등을 추천한다.
◆‘美 국채’ 투자로 高환율 대비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코덱스(Kodex) 미국30년국채타겟커버드콜(합성 H)’ 상품은 미국의 30년 국채상품에 커버드콜 전략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커버드콜 전략이란 기초자산을 산 뒤 동시에 같은 규모의 콜옵션을 파는 전략으로 콜옵션을 팔아 프리미엄을 받고 기초자산 가격이 올라 콜옵션 매수자가 권리를 행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보유한 기초자산을 통해 ‘커버’하는 것이다. 미국 장기채권에 투자하면서도 연 12% 수준의 프리미엄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금리 인하를 두 차례 정도 할 것으로 보면서도 그 시기와 속도에 대해서는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렇듯 금리 인하가 기대되지만 시점은 불안할 때 월 배당을 받으면서 ‘기다리기’에 적합한 상품이라는 것이 삼성자산운용 측 설명이다. 더불어 환 헤지형 상품으로 달러가치 하락이 일어날 경우 환차손 우려를 덜 수 있다.
신한자산운용이 내놓은 ‘솔(SOL) 미국 배당 미국채혼합50 ETF’는 고환율 장기화에 따른 높은 변동성 예상 시 이에 대응할 만한 상품이다. 이 상품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자산 배분형 상품으로 미국 배당 다우존스와 10년물 미국 국채를 5대 5 비중으로 투자한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납입금의 100%를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배당 다우존스와 미국채권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안정성을 강화했고, 퇴직연금 내 주식비중도 높여 연금투자전략의 다양성을 높인다. 퇴직연금 계좌의 장점인 과세이연 효과도 가능해 매매차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가 면제된다.
KB자산운용이 추천하는 ‘라이즈(RISE)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는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를 적용해 복리로 산출하는 지수다. SOFR란 미 국채를 담보로 하는 하루짜리 환매조건부채권 거래(Repo)를 기반으로 산출되는 단기 지표금리로 기존 LIBOR(런던 주요 은행 간 단기 자금조달 금리)를 대체하는 무위험 지표금리로 알려져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 산출한다.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활용해 SOFR 금리의 일별 수취가 가능한 ETF로 높은 환금성이 특징이다. 달러 가치와 연계됐지만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다.
한국투자신탁자산운용도 ‘에이스(ACE) 미국달러SOFR금리(합성) ETF’를 내놓았는데, 이 ETF 역시 SOFR 금리의 일간 성과를 추종하는 지수를 기초지수로 사용한다. 현시점 기준 연간 4% 내외의 무위험금리를 수취할 수 있으며, 금리를 수취하는 면에서 채권형 상품과 유사하지만 채권형 상품과 달리 미국 기준금리 변동에도 꾸준히 우상향한다. 또한 환 노출형 ETF로 미국 달러화에도 함께 투자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개막으로 인해 ‘강달러’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무리한 단기 방향성 베팅보다는 달러 노출 ETF로 대응하는 것이 좋다는 게 한국투자신탁운용 측 설명이다. 아울러 ACE 미국달러SOFR금리(합성) ETF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및 퇴직연금(DC, IRP) 계좌에서도 편입할 수 있다. ACE 미국달러SOFR금리(합성) ETF는 현재 국내 상장된 SOFR금리 추종 ETF 가운데 보수가 가장 낮다.
◆유력산업 투자 통한 대비도
인공지능(AI)과 같이 장래 전망이 좋은 산업이나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고환율 시대를 벗어나는 전략도 생각해봄 직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타이거(TIGER) 조선 TOP10’ 상품은 국내 대표 조선주 중 선박 건조 관련 상위 10개 종목을 선별해 투자하는 ETF다. 기존 조선주 ‘빅 4’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비중은 85.5%로 국내 ETF 중 최대 규모로 투자한다. 기존 조선 ETF 상품들과 달리 선박 애프터서비스, 해운 등 전후방 산업이나 중공업 섹터로 분류되는 조선 외 산업들을 제외하고 ‘조선’과 ‘기자재’로만 100%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조선업은 달러로 대금을 받는 산업 특성상 고환율 시대에 유리한 데다 트럼프 당선인이 “우리는 선박 건조에 동맹국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는 등 국내 조선업을 이용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바 있어 상승이 기대된다. 7일 기준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이 26%에 달했다.
NH-아문디(Amundi) 자산운용이 내놓은 ‘하나로(HANARO) 글로벌 생성형 AI 액티브 ETF’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하여 이익을 실현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과 전력 수요 확대로 수혜를 보고 있는 인프라 업체들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생성형 AI의 혁신 영역을 하드웨어(40%), 소프트웨어(40%), 인프라(20%) 등 3개로 구분하여 분산 투자한다. 하드웨어 기업은 AI 데이터 분석에 핵심인 반도체 기업 중심으로, 소프트웨어는 자율주행, 전자상거래, 광고 플랫폼 등 인공지능 기술 적용 시 생산성 향상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기업으로, 인프라는 생성형 AI 시대에서 방대한 데이터 분석 수요 확대에 따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초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등이다. 생성형 AI 관련 핵심 기술을 확보한 미국 상장 기업 30여개에 압축 투자하고 있는 상품으로 이와 같은 기술의 진보와 매크로 환경 변화에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NH-아문디자산운용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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