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총상금 870만달러) 최종라운드 마지막 18번 홀(파5). 닉 테일러(37·캐나다)는 단독 선두 니코 에차바리아(31·콜롬비아)와 두타차이로 벌어져 따라잡기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테일러는 그린 왼쪽 18m 거리에서 웨지로 세 번째 샷을 시도했는데 볼이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환상적인 칩샷 이글로 한꺼번에 두타를 줄여 공동 선두를 이룬 테일러는 2차 연장에서 버디를 낚아 짜릿한 역전승을 완성했다.
이날 우승으로 테일러는 지난해 2월 WM 피닉스 오픈 이후 1년여 만에 개인통산 5승을 달성했다. 우승상금은 156만6000달러(약 23억원). 테일러는 5승 가운데 3승을 연장전에서 따냈는데 2023년 RBC 캐나다 오픈부터 3연속 연장전 우승을 거두는 진기록을 세웠다. 특히 테일러는 이날 우승으로 총상금 2000만달러가 걸린 8개 특급대회와 메이저 대회와 마스터스 출전권을 확보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세계랭킹은 73위에서 29위로 껑충 뛰었다.
테일러는 이날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2개를 묶어 5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두르며 최종합계 16언더파 264타를 기록,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1차 연장에서 둘은 나란히 버디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2차 연장에 승리의 여신은 테일러를 선택했다. 그는 티샷이 벙커에 빠지는 바람에 투온에 실패, 홀 42m 거리에 볼을 떨궜고 에차바리아는 두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려 승부의 추가 기우는 듯 했다. 하지만 테일러는 웨지샷으로 홀 옆 90㎝ 거리에 볼을 붙여 버디를 잡은 반면 에차바리아는 아주 짧은 버디 퍼트를 놓치면서 승부가 갈렸다. 테일러는 경기 뒤 “일이 너무 술술 풀려서 놀랍다. 모든 순간이 즐겁고 모든 샷을 할 때마다 또렷한 정신으로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테일러는 2년 전 RBC 캐나다 오픈 때도 3차 연장에서 20m 이글 퍼트를 넣어 우승했다. 당시 테일러는 1954년 팻 플레처 이후 69년 만에 캐나다 선수가 캐나다 오픈에서 우승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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