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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맛 한식과 장어의 만남… 행복을 대접한다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입력 : 2025-01-19 22:22:04 수정 : 2025-01-19 22: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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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지화 오현동 셰프

연기·냄새 가득 일반 장어집과 차별화
한국 전통 디자인 접목해 쾌적함 강조
곁들임 좋은 장어구이 구절판 시그니처
다양한 재료와 장어맛의 밸런스 훌륭
직접 도정한 현미쌀로 만든 장어덮밥도
“매 순간 정성·마음 담아 진심으로 요리”
만리지화의 오현동 셰프를 만났다. 대학교에서 조리를 전공한 그는 군 전역 후 큰 뜻 없이 조리 관련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단순히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 조금 더 손쉽고 편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모두 일들이 생소했고 주방은 전쟁터같이 숨 가쁘게 돌아가는 공간이었다.

 

오현동

그래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리 하나하나에 매력을 느껴 요리를 진지하게 배우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뒤 현재까지 근무하는 썬앳푸드는 오 셰프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썬앳푸드는 다양한 브랜드가 있어 양식과 한식을 모두 두루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다. 그때 경험이 바탕이 돼 현재의 오 셰프가 만들어졌다.

 

오 셰프가 현재 근무하는 만리지화는 장어요리 전문 레스토랑이다. 장어는 산란하기 위해 만리를 헤엄치기 때문에 동의보감에 ‘만리어’로 등장하는데 만리지화는 ‘만리를 달려서 불을 만난 장어’라는 뜻이다. 연기와 냄새가 가득 찬 일반적인 장어 음식점과는 좀 다르다. 장어를 한식으로 해석한 다양한 메뉴를 구성, 쾌적하고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장어 다이닝’이라는 별칭을 붙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공간도 한국의 전통 디자인으로 꾸몄다. 가구 하나, 마감재 하나에도 많은 신경을 써서 공간을 연출했는데 창과 문이 액자 같은 역할을 하면서 풍경을 빌려오는 ‘차경’과 공간 스스로가 풍경이 되기도 하는 ‘자경’에서 영감을 받았다. 덕분에 모던하지만 편안한 느낌을 동시에 받을 수 있어서 고급스러운 다이닝의 경직된 느낌 없이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다.

 

장어구이 구절판

만리지화의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장어구이 구절판으로 장어 다이닝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한국식 구절판을 재해석한 요리로 장어와 곁들임이 좋은 다양한 장아찌, 크림치즈, 아보카도를 얹어 김으로 말아먹는 요리다. 생강을 올려먹는 기존 장어 맛에 익숙한 손님들은 크림치즈, 아보카도가 과연 장어와 어울릴지 잠시 고민하지만 한 입 넣어보고 나면 바로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각 재료와 장어 맛의 밸런스가 매우 훌륭하다.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극대화돼 입안에서 섞이며 장아찌로 입안을 클렌징하면 장어가 끝없이 들어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구절판에 같이 제공되는 장어구이는 소금구이와 간장구이 중에 선택할 수 있는데, 간장 양념은 오래된 씨간장을 베이스로 양념해 깊은 감칠맛과 부드러운 단맛이 감돈다. 만리지화만의 비법으로 구워낸 장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럽다. 장어 한 조각만으로 행복해지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서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 중 하나다. 완성형으로 음식이 제공되는 양식과 달리, 한식은 먹는 사람이 스스로 조합을 해서 입안에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포인트다. 장어 구절판은 이를 매우 잘 살렸다.

 

장어덮밥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장어덮밥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장어와 쌀이다. 어떤 종류의 쌀로 조리했는지와 조리방식에 따라 그 맛의 차이가 매우 크다. 만리지화의 장어덮밥은 매일 아침 매장에서 직접 도정한 현미쌀로 지은 밥과 함께 생강 소스, 숙성 간장 소스를 곁들여서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갓 도정한 쌀의 향과 맛은 도정시간이 지난 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소하고 달다. 장어는 국내산 품종의 장어 중 육질이 좋고 부드러운 최고 품질의 3.5미 장어만 사용해 쪄내고 비장탄 숯으로 굽기를 반복해 구워낸다. 이때 만리지화만의 비법 소스를 사용한다. 이런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메뉴를 가다듬다 보니 완성된 메뉴의 밸런스가 매우 좋다. 장어덮밥에는 겉절이와 국이 개인 트레이에 제공되기 때문에 정성 가득한 한 상 차림을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오 셰프는 요리를 통해 누군가의 즐거운 시간과 추억을 만들어 주고 행복을 대접할 수 있는 게 셰프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성실하고 꾸준하게 한 단계씩 쌓아 올라가는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간혹 빠른 지름길을 고민해 보기도 했지만, 시간을 단축하는 만큼 본인에게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자 노력 중이다. 오 셰프는 항상 부모나 소중한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매 순간 정성과 진심을 담아 요리한다. 또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능력이 되는 한 배움의 기회가 있는 곳에 계속 도전하고 있으며 돌이켜 봤을 때 후회되지 않는 요리 인생을 위해서 항상 공부하고 노력 중이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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