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에 나선 일본 강속구 투수 사사키 로키(23)의 행선지가 좁혀지고 있다. 만 25세 이하로 일반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아닌 국제 아마추어 신분으로 분류되다 보니 대형계약을 맺을 수 없는데, 오히려 이러한 신분적 제약이 팀을 고를 수 있는 상황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귀하신 몸’으로 역면접으로 탈락하는 구단이 나올 정도다.
AP통신, MLB닷컴 등 미국 매체들은 14일(한국시간) 사사키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 텍사스 레인저스에 ‘불합격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디애슬레틱 등 일부 매체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뉴욕 메츠도 후보군에서 제외됐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유력한 후보로 남았고, 토론토 블루제이스도 선택받을 가능성은 있다”고 전달했다.
사사키는 고교 시절부터 시속 163km의 ‘광속구’를 던져 일본 전국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투수다. 프로 진출에 모든 구단들이 그에게 관심을 보였고, 너무 경쟁이 치열한 탓에 4개 구단(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즈, 치바 롯데 마린즈,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이 지명에 참가했고, 뽑기 싸움에서 승리한 치바 롯데가 사사키를 품었다.
치바 롯데는 사사키를 애지중지 키웠다. 데뷔 시즌인 2020시즌엔 1,2군 경기에 단 한 번도 등판하지 않았다. 투구폼과 릴리스 포인트 교정에 힘썼고, 2021시즌에야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1군 11경기 63.1이닝을 던져 3승2패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일본 전역에 드러냈다.
사사키가 본격적으로 1군 무대를 씹어먹기 시작한 것은 2022시즌부터다. 시즌 세 번째 등판이었던 4월10일 오릭스전에서 9이닝 동안 탈삼진 19개를 잡아내며 단 하나의 안타와 볼넷, 실책 등 출루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세계 프로야구 역사상 최연소(20세 157일) 퍼펙트 게임이자 13타자를 연속으로 탈삼짐으로 돌려세우며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2023시즌(15경기 91이닝 7승4패 1.78), 2024시즌(18경기 111이닝 10승5패 2.35)에도 규정이닝을 채우진 못했지만, 등판하기만 하면 160km를 넘나드는 패스트볼과 결정구인 포크볼을 앞세워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프로에서 단 4시즌만 뛴 사사키는 지난해 소속팀 지바 롯데 머린스에 미국 진출 허용을 요청했고 시즌 후 구단의 승낙과 함께 포스팅 자격을 얻어 MLB 문을 노크하고 있다. 사사키가 미국 진출을 선언하자 콧대 높은 MLB 구단들이 줄지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 번도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할 정도로 위력적인 구위를 몸이 이겨내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지만, 공 자체가 워낙 위력적이다 보니 영입전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사키는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다. 구단 관계자들과 만나 ‘역면접’을 보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팀에 '불합격'을 통보하고 있다.
역면접이 가능한 이유가 있다. 2001년 11월생으로 만 25세 이하인 사사키는 미일 프로야구 협정에 따라 일반 자유계약선수(FA)가 아닌 국제 아마추어 선수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사사키는 대형 계약을 맺을 수 없고, 각 구단이 보유한 국제 영입 한도액 안에서 신인 선수 마이너 계약을 해야 한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각 팀 국제 영입 한도액은 최소 515만달러(76억원)에서 최대 756만달러(111억원) 수준이다. 받을 수 있는 연봉도 76만달러(11억원)로 제한된다.
만 25세를 넘겨 FA 자격으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받아낸 계약 규모가 12년 3억2500만달러로 역대 투수 최대규모 계약이었다. 이에 비해 사사키는 훨씬 더 저렴한 데다 영입만 하면 FA 자격을 얻는 6시즌 동안 보유할 수 있다보니 영입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몇몇 구단은 사사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책자를 만들고 단편영화 수준의 영상을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사키는 추후 장기 대형 계약을 안겨줄 수 있는 빅마켓 구단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1, 2선발이 아닌 3, 4선발로 뛸 수 있는 팀을 찾고 있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사사키는 지바 롯데 구단의 철저한 보호로 매 시즌 130이닝 이하의 적은 이닝을 던졌다. 최근 수년간 철저하게 관리받은 만큼 MLB에서도 무리하지 않은 등판 일정을 따르고 싶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인 선수가 속한 팀을 원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속한 다저스, '롤모델' 다르빗슈 유가 뛰는 샌디에이고가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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