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둘러싼 팬들, 정치권의 반응 엇갈리며 논쟁
친야(親野) 성향으로 알려진 가수 이승환이 “노인과 어른은 구분돼야 한다”는 글을 SNS에 올리면서 일부 팬들이 이를 가수 나훈아와 연결 지어 해석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나훈아는 최근 자신의 비판자들을 겨냥해 “어디 어른이 이야기하는데”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승환은 지난 13일 자신의 SNS에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추천하며 “노인과 어른은 구분돼야 한다. 얕고 알량한 지식과 빈곤한 철학으로 세월을 보내 통찰이나 지혜를 얻지 못한 이는 단지 오래 산 노인일 뿐이다. 어른은 귀하고 드문 존재다”라고 적었다.
이 글이 올라오자 이승환의 팬들로 추정되는 일부 네티즌은 나훈아를 겨냥한 듯한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한 네티즌은 “노인 한 분이 자기 분야 최고라는 타이틀로 세상사 모든 것을 다 아는 듯 행동한다. 그 가수가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펼칠까 걱정된다”고 썼다. 또 다른 네티즌은 “대한민국이 당면한 위기는 좌우 문제가 아닌데 본질을 흐리는 말을 하는 사람은 어른이 아니다. 공연에서 관객에게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친 이는 예의 없는 노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나훈아는 이보다 앞선 지난 12일 자신의 공연에서 정치권과 비판자들을 향해 직설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국회의원인지 도지사인지 잘 들으라. 나보고 뭐라고 하는 저것들, 자기 일이나 똑바로 하라. 어디 어른이 이야기하는데 XX들을 하고 있느냐”고 말했다.
나훈아의 이 발언은 여야 정치권을 동시에 비판한 것으로 보였으나, 특히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에 더해 이승환이 어른과 노인을 주제로 글을 올리면서 두 가수의 발언이 연결되어 논란이 증폭된 것이다.
나훈아는 앞서 지난 11일 은퇴 공연에서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를 친다”며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민주당은 잘한 게 있느냐’고 되묻는 듯한 뉘앙스로 해석되며 야권의 비난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나훈아 참 웃긴 양반일세. 한평생 사랑받으며 세상일에 눈 감고 입 닫고 살았다면, 갈 때도 입 닫고 가야 한다. 무슨 오지랖인가”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위기와 내란 상황을 제대로 알고 그런 말을 하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김 의원은 “그냥 살던 대로 살아라. 당신을 좋아했던 팬들의 마음을 무너뜨리지 말라”고 덧붙였다.
이승환의 발언은 특정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훈아의 최근 발언과 겹쳐지면서 의도치 않은 해석 논란에 휩싸였다. 두 가수의 발언은 각각의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둘러싼 팬들과 정치권의 반응이 엇갈리며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공인들이 발언할 때 의도치 않게 생길 수 있는 해석의 여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대중과 정치권의 과민 반응 또한 논란의 불씨를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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