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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이 고려아연 경영권 차지하면 韓 아연 독점…부작용 우려”

입력 : 2025-01-14 17:21:07 수정 : 2025-01-14 17: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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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예정된 가운데, 영풍·MBK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차지할 경우 국내 아연 공급 독점 체제가 형성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연 시장에서의 고려아연과 영풍 간 견제와 균형 체제가 깨질 수 있어서다.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로비. 연합뉴스

 

14일 비철금속 업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아연의 국내 수요는 약 43만5000t으로, 이 중 고려아연이 29만5000t, 영풍이 10만3000t을 공급했다. 현재 국내에서 아연을 생산하는 기업은 이 두 곳뿐이다.

 

MBK와 영풍이 임시주총에서 14명의 이사를 새로 고려아연 이사회에 진입시켜 고려아연 경영권을 차지할 경우 영풍 측이 국내 아연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셈이다.

 

아연은 철강업체들이 필요로하는 최적화된 제품을 생산·공급하는 특성상 해외 제품의 대체가 어렵다. 

 

아연 가격은 일반적으로 LME(런던금속거래소) 단가를 기본으로 공급사가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가 이뤄진다. 국내서도 그간 고려아연과 영풍 두 제조사와 철강상 등 주요 고객사가 적절한 협상과 균형, 상대측을 의식한 가격 책정 등을 통해 거래가 이뤄져 왔다.

 

철강업계는 고려아연·영풍과는 오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 협상을 해왔는데, 사모펀드가 개입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간 MBK가 국내 기업들을 인수한 뒤 투자금 회수 등을 위해 구조조정이나 핵심자산 매각 등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대목이다. 

 

수익 확대가 필요할 때는 가격을 올리고, 아연 수요 확대 등으로 공급자의 협상력이 높아질 때도 마찬가지로 가격 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외 고객사가 더 높은 가격을 부를 경우 국내 판매보다는 해외 판매를 우선할 수도 있다.

 

아연 가격 인상은 철강 제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값싼 중국산의 물량 공세와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비용 부담과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국내 철강사들이 수입산으로 시선을 돌릴 경우 장기적으로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강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아연 공급 의존도가 높아지면 미·중 갈등과 공급망 경쟁 속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연은 철의 부식 방지를 위해 필수적인 금속으로, 건설과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외장재 등에 부식 방지용 도금 원료로도 쓰인다. 아연 등 비철금속 제련업이 국가기간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아연은 국내 전산업에 필요한 금속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아연 등의 주요 금속의 생산과 가격 결정이 사모펀드의 영향력 하에 놓이면 예상치 못한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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