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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복지장관 “의대정원 동결·감원 포함 원점 검토”

입력 : 2025-01-14 18:29:00 수정 : 2025-01-14 18: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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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정갈등 ‘유화모드’ 지속

“2026년 2000명 증원분 변경될 것
3월 전 의료계와 조속 협의 최선”

정부 대화 의지에도 의료계 ‘냉랭’
김택우 의협회장 “정상화 위해
정부 명확한 방침 내놔야” 강조
일각선 “대화 시작 필요” 목소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 “동결과 감원을 모두 포함한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의료계와의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12개월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 인사가 ‘의대 정원 동결’을 언급한 건 사실상 처음이다. 다만 의료계가 강경노선을 이어가고 있어 대화가 진전될지는 미지수다.

조 장관은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6학년도 정원은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겠다”며 “결과적으로 숫자가 변경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 의대 정원은 2024학년도까지는 3058명이었지만, 2025학년도부터 5058명으로 늘었다. 추가 협의가 없을 경우 2026학년도에도 정원은 5058명으로 유지된다. 조 장관의 발언은 증원분을 어떻게든 줄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의료계가 합리적인 안을 제시할 경우’에 2026학년도 정원을 재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조 장관은 ‘원점 재검토’란 의미에 동결과 증원, 감원이 다 포함된 것이냐는 질문에 “맞다"며 “정부는 앞서 의료계가 대안을 제시하면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이번에는 의료계의 선제안이 없어도 같이 논의해보자는 입장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의료계와의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 계획에 따라 (내년도 정원을) 의협과 얘기하겠다”며 “3월 신입생이 돌아오기 전에 빨리 협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의료계에 사과하고, 조 장관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전공의 처단’을 언급했던 포고령에 대해 사과하는 등 정부가 의료계에 계속해서 ‘화해 제스처’를 보내고 있지만, 의료계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정부가 사태 해결과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한 뚜렷한 계획과 명확한 방침을 내놓아야만 2026년 의대 정원 문제를 비롯한 의대 교육 계획을 논의하고 대화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김 회장은 8일 당선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2025학년도 의대 교육이 가능한가에 대한 부분부터 정부가 ‘마스터 플랜’을 내야 2026년도에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휴학했던 2024학번이 올해 수업해 복귀하면 2025학번까지 최대 7500명가량이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틀 뒤 이 부총리와 조 장관은 합동 브리핑을 열고 2025학년도 의대 교육 여건 개선에 6062억원을 투입하겠다며 올해 의대 교육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김 회장은 여전히 “정부는 명확한 교육 대책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회장은 또 사직 전공의가 원래 병원에 복귀해 수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수련 특례와 입영 연기 조치를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후속조치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여당의 여의정협의체 재개 제안에 대해선 “이미 실패했던 협의체”라며 선을 그었다.

14일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뉴스1

향후 사직 전공의 대표 격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의협에서 주요 직책을 맡을 수 있어 이런 ‘강경모드’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를 주장해왔다.

다만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의료계 내부에서도 피로감이 쌓인 데다 2026학년도 정원을 논의할 시간도 많지 않은 만큼 의료계에서도 정부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와의 대화를 위해 의협과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5개 단체가 협의체를 만드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협은 16일 첫 이사회를 열 계획인데, 이 자리에서 의·정 대화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전제 조건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은 15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을 대상으로 ‘2024년도 의학교육 평가인증 중간평가’를 실시한 결과 원광대에 ‘인증유형 변경’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인증유형은 인증과 불인증으로 나뉘는데, 기존에 인증을 받았던 원광대 의대는 인증유형 변경으로 사실상 ‘불인증’ 판정을 받았다. 원광대는 유예기간인 올해 3월 1일부터 1년간은 인증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나 재평가도 통과하지 못해 불인증이 확정되면 졸업생들은 의사국시 응시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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