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 ‘안정적인 일자리’ ‘주거비 마련’
#1.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34) 씨와 이모(31) 씨는 지난해 결혼을 준비하며 평균 결혼 비용인 2억 원을 맞추기 위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둘은 각자 5000만 원의 저축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나머지 비용은 대출로 충당해야 했다. 결혼 후 김 씨 부부는 매월 약 200만 원의 대출 원리금 상환을 부담하며 생활하고 있다.
김 씨는 "우리나라 금융소비자의 평균 금융자산이 1억 원을 넘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결혼이나 주택 마련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씨 부부는 현재 노후 준비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양가 부모님 역시 여전히 노후 자금 걱정을 하고 있어 부담이 더욱 크다.
#2. 부산에 거주하는 50대 직장인 박모(52) 씨는 은퇴를 10년 정도 앞두고 있지만, 노후 준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박 씨의 금융자산은 약 1억 2000만 원이지만, 자녀 결혼 비용과 교육비로 인해 여유 자금을 쌓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박 씨는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비용이 매년 1000만 원씩 증가하는 상황에서 자녀 결혼을 지원하고 나면, 우리 부부의 노후는 사실상 빈곤 상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씨는 최근 '10가구 중 8가구가 노후 빈곤을 걱정한다'는 뉴스를 보고 자신의 처지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소비자의 평균 금융자산이 지난해 처음으로 1억 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비용이 2억 원을 초과하고 매년 약 1000만 원씩 증가하고 있어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0가구 중 8가구는 여전히 ‘돈 없는 노후’를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연구소는 15일 발표한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5’를 통해 금융소비자의 평균 금융자산이 지난해 1억 178만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9000만 원대에 머물렀던 금융자산이 처음으로 1억 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 20~64세 금융소비자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금융소비자들에게 결혼, 자녀 출산, 노후 준비는 금융거래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혔다. 미혼 응답자의 33%는 "앞으로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으며, 이는 결혼 예정이라고 답한 비율(27%)을 웃도는 수치다.
비혼 응답자들은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개인 가치관보다는 경제적 이유를 꼽았다. 특히 월 소득이 300만 원 미만인 경우, 결혼 비용 부담으로 인해 ‘비자발적 비혼’을 택하는 경우가 절반에 달했다.
최근 3년 이내에 결혼한 부부의 평균 결혼 비용은 2억 635만 원으로 조사됐다. 현재 결혼을 준비 중인 이들이 예상한 비용은 2억 2541만 원으로, 결혼 비용이 매년 약 1000만 원씩 증가하는 추세다.
결혼을 계획한 사람들은 결혼 준비와 주택 마련을 위해 저축에 적극적이었고, 주식 등 직접 투자에도 관심을 보였다. 반면 비혼자는 간병보험과 같은 보험을 활용한 노후 준비와 여가, 취미 생활을 위한 저축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결혼 후 자녀 유무는 가구 총자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녀가 없는 경우 생활비 부담은 줄었지만, 자가 보유율은 자녀가 있는 가구보다 14%포인트 낮았다.
이에 따라 자녀가 없는 가구의 평균 총자산은 6억 743만 원으로, 자녀가 있는 가구(7억 4000만 원)보다 1억 3000만 원 이상 적었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여전했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기혼 가구의 77%는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고 답했으며, “충분히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10.6%에 불과했다. 기혼 가구의 평균 총자산은 부동산을 포함해 6억 7000만 원이었다.
은퇴 시점까지 추가로 2억 5000만 원을 마련해 총 9억 2000만 원의 자산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반면 노후 준비가 충분하다고 답한 가구는 평균 예상 노후 자산이 18억 6000만 원에 달했다.
한편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도 뚜렷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김은정 부연구위원은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제36회 인구 포럼에서 ‘혼인, 출산, 가족 형성에 대한 국민 인식과 가치관’을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만 19~49세 남녀의 4.7%만이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자녀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10.3%에 그쳤다.
결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비율은 34%로 집계됐지만, ‘결혼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응답한 비율은 14.8%에 달했다. 여성, 낮은 학력 수준, 경제활동 미참여, 저소득 가구일수록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경향이 두드러졌다.
결혼 준비 자금으로는 약 3억 4000만 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나왔으며, 결혼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로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비 마련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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