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들 서독 지하 탄광서 청춘 바쳐
가족에 보낸 돈은 국내 경제 밀알돼
월남 파병·사우디 건설 파견 줄이어
1962년부터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경제 성장에 대한 의지는 충만했지만, 여건은 너무 열악했다. 무엇보다 자본과 기술이 역부족이었다. 외화는 거의 없었고, 차관을 주겠다는 나라 역시 없었다.
대한민국이 기댈 언덕은 사람뿐이었다. 정부는 궁리 끝에 해외로 노동력을 보내는 방안을 구상했다. 이때 제2차 대전 뒤 산업을 크게 일으켜 ‘라인강의 기적’으로 불렸던 서독이 떠올랐다. 서독에선 사양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탄광 노동자가 크게 부족했다.
정부는 1963년부터 광부 500명을 모집해 서독 탄광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이들 파독 광부들은 이역만리 독일의 지하 1000m 탄광에서 땀과 눈물을 쏟아내며 청춘을 불살랐다. 이들은 급료를 아끼고 절약해 상당액을 조국의 가족들에게 송금했고, 이 돈은 경제발전의 소중한 ‘종잣돈’으로 활용됐다.
곧이어 많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도 독일로 파견됐다. 광부, 간호사, 간호조무사 파독은 197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1960년대 중반에는 한국군의 대규모 월남 파병이 이뤄졌다.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과 국방력 강화뿐만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경제개발 지원을 받기 위한 정책적 결정이었다. 파병과 동시에 베트남의 요청으로 기술자 파견도 이뤄졌다. 이들은 전쟁의 포화 속에도 신도시 건설, 냐짱과 하노이 간의 1번 국도 확장 공사를 맡기도 했다.
1970년대 중동에서 건설 붐이 불자 한국 기업과 노동자들은 중동으로 향했다. 이들은 폭염 속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고속도로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열사의 땅에서 땀을 흘리며 신뢰를 쌓았다.
이들의 노력으로 한국 건설사들은 1980년대 사우디아라비아 공단의 항만공사, 가스공사 등 초대형 공사들을 따낼 수 있었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한강의 기적’ 바탕에는 독일과 베트남, 중동을 비롯해 해외 각지에서 땀과 눈물을 쏟아낸 대한민국 국민이 있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비롯해 월남 파병 군인들, 중동 건설 노동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의 고난과 헌신이 경제 성장의 디딤돌이 됐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