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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한국 조선업도 위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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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03 23:06:07 수정 : 2025-08-03 23:06:06
이우중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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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관세 협상 키워드 ‘마스가’
美의 조선업 재건을 돕지만
산업 뿌리까지 옮겨선 안 돼
韓 경쟁력 강화·발전 모색을

최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서 가장 주목받은 키워드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였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단순한 산업 투자를 넘어 쇠퇴한 미국 조선업을 한국 기술력으로 되살리겠다는 전략적 제안이었다. 한국은 미국에 총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제안했으며, 이 중 1500억달러(208조원)를 조선업 부흥에 배정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오늘 합의에 이르도록 가장 큰 기여를 한 부분은 마스가 프로젝트”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 조선업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우중 베이징 특파원

마스가 프로젝트는 세계 조선업 판도를 바꾸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이 미국과 조선 협력에 나서면 현재 수주량 기준 1위인 중국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글로벌 선박 수주 점유율은 25.1%로 전년 동기 15%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70%에서 51.8%로 하락했다.

여기에 미국은 중국산 선박에 항만 사용료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선박 1척당 최대 100만달러(13억9000만원), 용적 기준 t당 1000달러(139만원)의 비용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미국 항만에 들어오는 중국 조선소 선박의 진입장벽을 높이겠다는 조치로, 본격 시행되면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조선소에 신규 발주를 꺼리게 될 수 있다. 미국이 이처럼 조선업을 전략 산업으로 격상시키려 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재건의 파트너로 지목된 셈이다.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는 또 다른 대규모 수주전이 시작됐다.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 CMA CGM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 발주를 검토 중이며,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 ‘빅3’가 입찰 제안서를 요청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컨테이너선으로 2조원대 수주를 잇달아 따낸 한국 조선사들은 이번에도 대형 수주 기회를 노리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4월 피더급 14척 등 18척을 1조8000억원에 수주했고, 이후 6월에는 8척을 2조4000억원에 수주했다. 한화오션도 2조원 안팎의 7척 계약을 앞둔 상황이다. 한국은 기술력과 미·중 갈등 구도 속 우호적 파트너라는 지위를 적극 활용 중이다.

수주전의 최대 경쟁자는 여전히 중국이다. 헝리중공업 등 중국 조선업체들은 수주를 위해 저가 공세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만 놓고 보면 한국이 불리하지만 기술력과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가 한국 조선업의 무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마스가 프로젝트를 견제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30일 논평에서 “한국이 미국에 제안한 마스가 프로젝트가 글로벌 조선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이런 파트너십은 미국 조선업 부흥을 목표로 한 조치로 제시되지만 본질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기술적 전문성과 재정적 투자를 관세 인하와 교환하는 고위험 거래로, 불확실한 수익과 장기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조선업체들이 첨단 기술과 관리 경험을 갖추고 있지만 미국 조선 산업은 공급망 인프라의 심각한 결함과 숙련된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장기적 쇠퇴 상태에 빠져 있어 상당한 투자를 하더라도 미국 조선업 부활 목표 달성은 어렵다는 것이다.

논평은 또 “한국 일각에선 미국 조선업과의 협력이 한국 조선업체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지만 이는 한국이 미국의 이익에 점점 더 의존하거나 종속되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협력 과정에서 한국의 이익을 소홀히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매체의 지적은 자국 산업의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겠으나 단순히 실없는 소리로만 치부할 수는 없어 보인다. 한국이 세계 조선업의 중심축을 미국으로 이동시키는 ‘게임 체인저’의 자리에 섰지만 우리 조선업의 뿌리까지 미국으로 옮겨져서는 안 된다. 마스가 프로젝트가 진정한 상생 전략이 되기 위해서는 미국 조선소의 재건과 함께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한국 조선업도 위대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우중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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