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정지 수치(혈중알코올농도 0.03%)를 조금 넘긴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된 공무원이 음주 측정 시간에 따라 그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며 법정에서 무죄를 다퉜지만, 결국 벌금형을 피하지 못했다. 피고인이 주장한 음주 시간보다 실제 술값 등이 결제된 시간에 더 신빙성이 높아 음주 측정 결과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전주지법 형사5단독 박상곤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전북도 소속 팀장급 공무원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그는 지난해 6월 25일 오후 11시20분쯤 음주 상태에서 도청사 주차장에서 차량을 몰고 500m가량 떨어진 자택까지 이동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신호를 위반한 차량의 주행 모습이 음주운전을 한 것 같다”는 한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그의 음주 수치를 측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수치를 0.004% 넘긴 0.033%로 측정됐다.
그는 음주운전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되자 변호인을 통해 음주 측정 시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술자리가 이뤄진 회식 종료 시점과 음주 측정 시기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그의 변호인은 “회식에서 술을 마신 시간이 공소장에 기재된 당일 오후 9시30분이 아니라 오후 10시”라며 “대개 혈중알코올농도는 음주 이후 30∼90분에 최고치에 달하기 때문에 경찰이 음주 측정을 한 시점이 이에 해당돼 측정 결과에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회식 자리 결제 시간과 경찰관 수사보고서 등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술자리 비용 결제 시간이 오후 9시38분으로 확인돼 이보다 늦은 시간에 술을 마셨다는 피고인의 주장과 배치된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피고인의 혈색이 약간 붉고 말을 더듬으며 보행에 약간 비틀거림이 있다는 수사보고서 등을 종합할 때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대전지법 항소심에서는 이와 유사한 음주운전에 대해 1심 유죄 판결을 뒤집고 무죄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40대 남성 B씨는 2022년 3월 9일 오전 1시33분쯤 충남 아산 한 도로에서 660m 구간을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맥주 1캔을 마신 뒤 담배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운전해 갔다가 그대로 차에서 잠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로부터 50여분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해 음주 측정을 했는데,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수치가 넘는 0.047%로 나왔다.
B씨는 “음주 측정 시점이 아닌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보다 높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했다. 음주 후 30~90분은 혈중알코올농도가 증가하는 시기인데, 운전을 종료한 시점과 측정한 시점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2심은 재판부는 이런 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음주운전 시점과 측정 시점의 시간적 간격이 52분인데, 두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고 운전 당시 0.03%를 넘었다고 단정하기 힘들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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