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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의시네마트랩] 대중영화와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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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16 23:10:58 수정 : 2025-01-16 23: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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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의 페르세우스와 메두사의 이야기에는 현대 영화의 특성이 있다. 우선, 메두사는 현대 영화에서 흉측한 괴물로 등장하지만, 신화에서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반할 정도로 빼어난 미모를 지녔다. 아테네 신전에서 포세이돈이 그를 강제로 범한 후에 메두사는 아테네의 저주를 받아서 머리카락은 뱀으로 변하고 그의 얼굴을 보면 돌로 변하는 저주를 받는다. 그의 얼굴을 본 사람이 돌로 변한다는 것은 현실에서 미남과 미녀를 볼 때 너무 긴장해서 잠깐 몸이 굳어버리는 상황을 과장해서 표현했다.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얼굴을 직접 바라보지 않고, 방패에 반사된 메두사의 이미지를 보고 메두사의 목을 친다. 위험을 직면하지 않고 반사된 이미지를 본다는 것은 마치 재난 영화나 공포 영화를 보는 관객과 같다. 관객은 화면에 등장한 괴물과 끔찍한 장면을 보면서 공포감은 느끼지만 실제로는 그런 위험에 처하지 않는다.

자연에 대한 공포감이 극대화된 형태로 나타난 거대 괴수들을 제외하면 서양의 현대 공포 영화와 판타지 영화에서 등장하는 괴물은 늑대인간, 흡혈귀, 좀비, 로봇과 인공지능, 악령, 그리고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이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공포 영화와 스릴러 영화는 실제로 있었던 사건들을 각색해서 만든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악마를 보았다’, ‘추격자’, ‘내가 살인범이다’ 등의 2010년대를 전후로 연쇄살인을 다룬 스릴러 영화가 많이 나왔다. 이들 스릴러 영화의 암울하고 잔인한 정서는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엽기적인 그녀’,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가문의 영광’, ‘조폭마누라’와 같은 희극영화의 낙관적인 정서와 대비되었다. 이후에 등장한 재난 영화, 좀비 영화가 스릴러 영화의 암울한 정서를 계승하고 강화했다.

우리나라에서 ‘부산행’이 성공한 다음에 ‘반도’, ‘살아 있다’, ‘창궐’ 그리고 ‘킹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이 나와서 좀비 영화가 유행했는데 좀비 영화는 ‘연가시’, ‘감기’, ‘엑시트’와 같은 재난 영화 다음에 등장했다. 그리고 좀비 영화 다음에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가 나왔다. 즉, 공동체의 위기라는 설정을 재난 영화와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공유하기에 좀비 영화는 재난 영화의 변형된 형태로 등장했다.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SF 영화가 전반적으로 부진하기에 로봇과 인공지능이 괴물로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폰’이나 ‘하얀 방’과 같이 인간관계를 매개하는 소셜미디어의 악용이 근심스러운 상황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나왔다. 또한 박찬욱 감독의 ‘박쥐’라는 수작이 나왔지만, 흡혈귀는 우리나라 공포 영화에 잘 등장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피나 신체를 파먹는 존재나 미남미녀로 낭만화되는 불로장생하는 괴물로는 ‘구미호’와 ‘도깨비’가 있기 때문이다. 악령을 퇴치하는 구마를 행하는 존재는 가톨릭과 무속이다. 전자의 예로는 ‘검은 사제들’과 ‘검은 수녀들’이 있고, 후자로는 ‘잠’과 ‘파묘’가 있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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