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이 자해했다” 흉기 살해 후 거짓 신고한 20대, 무기징역 선고

클립아트코리아.

자신의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후 ‘자해했다’고 119에 신고한 20대 남성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허용구)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27)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8월3일 0시 15분쯤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자신의 주거지에서 여자친구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여자친구가 칼로 가슴을 찔러 자해했다”며 직접 119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B씨는 흉기로 가슴 부위를 찔린 상태였다. 이에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곧바로 인근 병원에 B씨를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사건 초기 B씨의 타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이에 A씨가 피해자를 살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할뿐더러, 목격자가 없는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불구속 입건해 혐의 입증에 힘썼다.

그러나 국과수 부검 결과 “흉기가 심장을 관통할 정도로 강한 힘이 가해졌다”는 타살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해당 소견을 토대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사건 한 달 만인 지난해 9월2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A씨를 체포할 수 있었다. 그는 술을 마신 채 운전까지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A씨는 B씨가 다른 이성과 약 30분 정도 통화했다는 이유로 언쟁을 주고받다가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발생 사흘 전에 피해자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 것도 추가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흉기가 강한 힘으로 가슴을 찔러, 피해자가 현장에서 즉사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 사망 당일 오후부터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면서 새로운 이성을 만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범행 정황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꾸짖었다.

이어 “피고인은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면서도 유리한 정황에 대해서는 기억하는 등 자신의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죄책감도 나타내지 않고 있다”며 “평생 잘못을 참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수감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피해자 B씨의 모친은 법정에 참석해 재판 내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납득할 수 없는 주장으로 유족의 분노를 유발했다”고 판시했다.

박가연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