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에 피부 등 조직까지 기증
간호조무사 등 보건의료인을 꿈꾸던 한 고등학생이 뇌사상태에서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울산대학교병원은 경북 경주시 효청보건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엄태웅군이 장기를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16일 전했다.
엄군은 이달 5일 경북 포항시 자신의 집에서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졌다. 포항의 한 병원에 갔다가 7일 울산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9일 뇌사판정을 받았다. 지병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엄군 가족은 엄군이 평소 했던 말과 아들 몸이 다른 사람 신체에서라도 오래 살아 숨 쉬길 바라는 마음에서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엄군은 심장과 폐, 간, 좌·우 신장을 기증했다. 엄군은 피부 등 조직까지 기증해 더 많은 이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계열 고등학교에 진학한 엄군은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같은 보건의료인을 꿈꿨다고 했다. 평소 장기기증과 관련된 뉴스 등을 볼 때면 “사고가 나면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엄군 어머니는 “태웅이가 평소 장기기증에 대해 자주 말했고, 강한 의지를 보여줬던 만큼 우리도 그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또 “비록 사랑하는 태웅이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다른 이들의 몸에서 아이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태웅이를 아는 많은 분이 우리 아이를 따뜻하게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고등학생의 장기기증 사례는 드물지만 종종 전해진다. 앞서 지난해 6월엔 주짓수 국가대표를 꿈꾸던 경남 창원시 한 고등학생이 장기를 기증해 다른 1명의 생명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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