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행정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정부 자문 기구 정부효율부(DOGE)가 연방 정부 13개 부처에서 실행 중인 소수자 보호를 위한 다양성 정책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 구조조정을 위해 신설된 자문 기구인 정부효율부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 ‘위스콘신 법자유 연구소’가 제안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예산 축소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19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현재 미국 연방 정부 지출 중 연간 1200억달러(약 174조원) 이상이 DEI 프로그램에 쓰이고 있다고 보고 이를 폐지하거나 축소해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보고서가 예산을 절약할 수 있는 대상으로 권고한 정책 중에는 가난한 지역에 있는 흑인 농가와 사업체에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과 정부가 맺는 사업 계약의 15%를 소수 계층이 소유한 사업체에 할당하도록 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 등이 포함됐다. 이 보고서는 정부 13개 부처에 걸쳐 시행되고 있는 이러한 정책들을 각각 폐지·정리·조사 대상이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해 정책을 폐지 혹은 축소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익명을 전제로 세부사항을 공유한 소식통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 보고서에 나온 모든 정책들을 폐지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정부효율부 관계자들은 이 중 일부 프로그램들을 폐지하거나 축소해 정부 지출을 절감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머스크의 최측근이자 정부효율부의 핵심 인사로 합류한 스티브 데이비스 보링컴퍼니 CEO도 이 보고서를 접했으며,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소 측에 관련 연구를 요청했다. WP는 정부효율부 인사들이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행정 명령을 통해 특정 다양성 정책을 폐지하거나, 법무부 소송을 통해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식으로 다양성 프로그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WP에 “이 모든 DEI 항목은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은 위에서부터 전해져 내려왔다”면서 “(정부효율부의) 모든 인사들이 정식으로 임명되고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빠르고 맹렬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오랫동안 DEI 정책이 능력주의에 반하는 반윤리적 정책이라고 주장해왔으며 지난 11일에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DEI는 사람들이 죽는다(DIE)는 의미”라고 적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에는 DEI 정책에 대한 반감이 한 몫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마트와 맥도날드, 메타, 포드 등 일부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이후 자체적으로 기업 내 DEI 정책을 폐지하거나 축소했다. 미 연방수사국(FBI)도 지난 달 조직 내 다양성 담당 기관인 ‘다양성 및 포용 사무소’를 폐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