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거래 허가제’ 해제 기대감에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세훈 시장은 “토지 거래 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오 시장은 해제 이유에 대해 “그간 당연히 풀고 싶었지만,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과감히 풀지 못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고, 오히려 침체 가능성도 있어 폐지를 상당히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고 조만간 생각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토지 거래 허가제가 적용되는 서울 강남 지역 주요 동네는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대치동, 청담동 등이다. 반면, 인근 지역이지만 토허제가 적용되지 않는 서초구 반포동과 강남구 도곡동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앞서 2020년 문재인 정부 6·17 부동산 대책 중 하나로 토허제가 도입됐다. 토허제로 지정된 구역은 실거주 목적을 제외하고는 거래가 금지됐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폭등하는 집값을 잡고자 토허제를 도입했지만 실제로 집값 상승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거래량만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표적으로 대치동의 래미안대치팰리스(2015년식·1608세대) 아파트는 전용면적 84㎡가 지난 11월 39억3000만원에 최고가 거래됐다.
아울러 이러한 규제는 부동산 매수 시 2년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여, 매수 후 즉시 전세를 놓는 ‘갭투자’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규제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았는데, 대표적인 것이 ‘풍선효과’이다. 풍선효과란 특정 지역이나 분야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치를 취할 때, 그 문제를 다른 지역이나 분야로 옮기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압력을 가하면, 그 압력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토허제 구역이 아닌 반포동에서는 거래가 활발하며, 지난해 8월 신축 아파트 ‘래미안원베일리(2023년식·2990세대)’ 전용면적 84㎡가 60억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만약 강남 지역에 대해 토허제 해제가 된다면 외지인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토허제 해제 관련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 “부동산 수요자들의 심리가 냉각돼 있어서 당장 가격이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든다면 외지인들의 갭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토허제 해제가 된다면 엘스, 리센츠, 트라지움 등 잠실의 대단지 아파트들보다 상대적으로 아파트 세대 수가 적은 청담·대치동 쪽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토허제에 대해 “토허제라는 규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크진 않았다”며 “도리어 수요가 집중되어 가격 눌림 현상을 만들어 시장의 흐름을 방해하는 역할이 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적으로 봤을 때 사실 잠실보다 청담·대치동 쪽이 가격이 많이 눌려 있었기 때문에 만약 토허제가 해제된다면 이쪽이 좀 더 수혜를 볼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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