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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빌 워(Civil War)는 영어로 내전(內戰)을 뜻한다. ‘아메리칸 시빌 워(American Civil War)’ 나 ‘더 시빌 워(The Civil War)’라고 하면 미국의 내전인 남북전쟁을 의미한다. 권력 획득을 위해 한 나라 안에서 집단 간에 벌어지는 무력투쟁이 내전이다. 분열과 증오에 사로잡힌 정부군과 반군, 민병대와 민병대, 민간인과 민간인이 얽히고설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내전의 잔혹함은 나라 사이의 전쟁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우간다 내전, 르완다 내전, 소말리아 내전, 미얀마 내전 등이 대표적이고 6·25 전쟁, 베트남 전쟁도 크게 봐서 내전의 범주에 들어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미국에서 ‘시빌 워: 분열의 시대’라는 영화가 개봉해 인기를 끌었다. 3선 독재 대통령 치하에서 적대적으로 분열한 미국이 살육의 내전으로 치닫고, 서로를 향한 총탄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취재에 나선 저널리스트들의 행로를 그린 작품이다. 뉴욕에서 대통령이 있는 워싱턴에 이르는 857마일(약 1379㎞) 도로변에는 치열한 교전에 총구멍이 숭숭 뚫려 널브러진 차량과 파괴된 마을이 즐비하고, 곳곳에서 총성과 화염이 끊이지 않는다. 폭탄이 떨어진 듯 움푹 파인 커다란 구덩이에 수북이 쌓인 시체들은 이곳이 미국인지 아프리카인지 알 수 없는 참상을 보여준다. 내전으로 최강국, 최부국 시민의 일상이 붕괴하고 생존이 위협받는 현실에서도 내전을 합리화하기 위해 바쁜 미합중국 대통령의 뻔뻔한 모습이 압권이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체포·수사·구속을 둘러싼 분열과 대립이 내전 직전 상황을 방불케 한다. 윤 대통령 지지 진영과 반대 세력은 둘로 나뉘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등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15일 공수처 인근에서는 50대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체포를 안 하는데 왜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려고 하나”라며 분신했다. 16일 윤 대통령의 체포적부심사 청구가 기각되자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담당 판사를 참수(斬首)하겠다는 협박문까지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모두 병적 갈등과 분열의 부산물이다.

 

극렬한 진영 대립이 벌어지는 현 상황은 해방 공간과 비슷하다. 해방 공간에서 좌우의 적대적 대립과 폭력은 결국 분단과 6·25 전쟁의 원인(遠因)으로 작용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위해 윤 대통령 측은 지지자 선동을, 야권은 감정적 자극을 자제하고 차분히 사법 절차의 결과를 기다리자고 한다면 비현실적인 요구일까.


김청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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