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식단 치매 위험 최대 20%까지 낮춰”
#. 40대 김모 씨는 평소 고기를 좋아해 매일 적색육과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을 섭취해왔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간편한 소시지와 햄으로 끼니를 해결하거나, 고칼로리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치매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의사의 경고를 듣고 식습관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김 씨는 이후 식단을 크게 변경하기로 결심했다. 적색육 섭취를 줄이고 대신 견과류, 콩류, 생선, 채소 등 대체 식단을 중심으로 한 식생활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엔 아몬드와 호두 같은 견과류를 간식으로 챙기고, 점심과 저녁엔 생선 요리나 두부를 활용한 저염식 메뉴를 추가했다.
6개월 후 김 씨는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눈에 띄게 낮아졌고 체중도 건강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는 "무엇보다 치매 위험성을 낮출 수 있는 식단을 지속하며 정신적, 신체적으로 더 건강해졌다는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했다"고 전했다.
적색육과 가공식품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치매 위험이 13%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반면 견과류, 콩류, 생선 등을 포함한 대체 식단은 치매 위험을 최대 20%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하버드 T.H. 챈 공중보건대학원의 대니얼 왕 교수 연구팀은 식단과 치매 위험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16일 미국신경학회 학술지 Neurology®에 게재했다.
연구는 미국 간호사 건강연구(NHS)와 건강 전문가 추적연구(HPFS)에 참여한 13만 3771명(평균 연령 49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의 식단과 건강 데이터는 최장 43년간 추적 관찰됐으며, 데이터는 2~4년마다 업데이트되었다. 추적 기간 동안 치매 진단을 받은 참가자는 1만 1173명이었다.
분석 결과 하루 평균 적색육(가공육 포함) 섭취량이 21g 이상인 사람은 8.6g 이하로 섭취한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13% 높았다.
인지 기능 저하 위험 또한 14% 증가했다. 특히 가공되지 않은 적색육을 하루 86g 이상 섭취할 경우 섭취량이 43g 미만인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16% 높았다.
가공육 섭취량이 하루 86g 증가할 때마다 인지 기능 노화 속도가 약 1.6년 빨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적색육이나 가공육을 견과류, 콩류, 생선으로 대체하면 치매 위험은 19%,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은 21% 줄어들며, 인지 기능 노화가 약 1.37년 늦춰졌다.
연구팀은 붉은 육류와 가공육에 포함된 포화 지방과 염분이 뇌세포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며, 장내 미생물이 붉은 육류 섭취와 치매 위험을 연결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육류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트리메틸아민 N-옥사이드(TMAO)는 알츠하이머병 관련 단백질(아밀로이드와 타우)의 응집을 촉진해 인지 기능 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다.
대니얼 왕 교수는 “이 연구는 적색육, 특히 가공된 적색육을 많이 섭취할수록 치매 위험이 커진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인지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적색육 섭취를 줄이는 것이 식단 지침에 포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적색육과 가공식품의 과다 섭취는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주요 환경적 요인으로도 꼽힌다.
세계적으로 대장암은 전체 암 발생의 10%를 차지하며, 우리나라에서도 2022년 기준으로 갑상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발병률을 기록했다. 대장암 발생 비중은 11.8%로, 폐암(11.5%)과 유방암(10.5%)을 근소하게 앞섰다.
대장암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약 7090%가 환경적 요인, 1030%가 유전적 요인으로 추정된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적색육 및 가공식품의 과도한 섭취, 음주, 흡연,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이 지목된다. 특히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서구형 식생활로 인한 비만이 대장암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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