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은 새벽 사이 벌어진 격렬한 충돌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법원 건물 곳곳의 깨진 유리창과 훼손된 외벽이 폭력의 흔적을 보여줬고, 수사관들은 삼엄한 경비 속에 현장을 채증하고 있었다. 경찰은 건물 좌우측과 후면을 경찰버스로 완전히 막고, 정문 좌우로 200m 길이의 바리케이트를 설치해 추가 불상사에 대비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법원 우측 공덕소공원에는 50여명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경찰을 향해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은박지를 두른 채 전날부터 밤을 새운 시위대는 “이게 나라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며 항의했다. 한 70대 남성은 “이재명 하나만 죽으면 조용해진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군복을 입은 30대 남성은 “자유민주주의 때문에 나왔다”며 “지금 모든 행정 균형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 앞에 남은 시위대는 오전 내내 분노를 쏟아냈다. 일부는 헌법재판소로 이동하자고 했지만 다수가 “여기서 보여줘야 한다”며 남았다. 스님 한 명은 “청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해야 한다”며 시위대를 격려했고, 초록색 경광봉을 든 40~50대는 지지자들은 “젊은 사람들이 곧 올거다”라며 자리를 지켰다.
20대 여성 A씨는 “격한 상황들이 무서웠으나 돌아가는 상황이 합법이 아니란 느낌이 들었다”며 “원래 우파들은 평화시위를 강조했는데 감정이 격앙되며 깨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오전 3시쯤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직후 법원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다. 시위대 100여명이 후문으로 몰려가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법원 경내로 난입했다. 이들은 경찰을 향해 소화기를 난사하고 경찰 방패를 빼앗아 폭행했다. 유리창과 외벽을 깨고 법원에 진입한 시위대는 TV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을 부수고 “영장 발부 판사를 찾자”며 건물을 누볐다.
이 과정에서 8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마포소방서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날 오전 2시50분부터 오전 10시30분까지 법원 인근에서 41명이 부상 신고를 했고 이 중 1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시위대를 저지하던 경찰도 42명이 다쳤는데 7명은 전치 3주 이상의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86명을 연행했다.
경찰은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의 신변보호에도 나섰다. 차 부장판사가 오전 중 신변 위협을 호소하며 보호를 요청했고, 마포경찰서는 신변보호 심사위원회를 열어 20일부터 보호조치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시위대가 법원 5~6층 판사실까지 진입했지만 차 부장판사는 당시 법원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서부지법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법원 난입 사태에 대해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불법과 폭력 시위에 대해 앞으로도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극우 유튜버들의 선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배후를 충분히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