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을 하지도 구직활동을 하지도 않고 ‘그냥 쉬는’ 청년(15∼29세)들이 1년 전보다 12% 넘게 증가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내수 침체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일자리 증가를 이끌었던 노년층에서도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60세 이상 연령층에서 구직 단념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고용시장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다.
1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1만1000명이었다.
36만6000명이었던 1년 전과 비교하면 12.3% 증가한 것으로, 같은 기간 청년층 전체 인구 감소폭(-3.0%)보다 4배 이상 크다.
쉬었음 인구는 뚜렷한 이유 없이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사람들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12월 기준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48만5000명에서 2021년 40만9000명, 2022년 40만6000명, 2023년 36만6000명으로 매년 감소하다가 지난해 4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5월부터 8개월 연속 전년 대비 쉬었음 인구가 늘고 있다.
연간 지표로 봐도 청년층 쉬었음은 지난해 42만1000명을 기록해 1년 전보다 2만1000명 늘었다. 2020년(44만8천명) 이후 최대치다.
코로나19의 기저효과에 힘입은 ‘고용 훈풍’이 점차 사라지고, 경기 회복세도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면서 청년 고용 지표가 빠르게 악화하는 흐름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무안 제주항공 참사, 한파 등 내수 악재 요인이 겹치면서 ‘연말 특수’가 사라진 것도 12월 고용 지표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노년층 상황도 긍정적인 것만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일자리 훈풍을 타고 감소세를 이어왔던 고령층의 구직단념자가 큰 폭 늘면서 다시 10만명대로 올라섰다.
통계청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MD) 분석에 따르면 60세 이상 구직단념자는 지난해 10만6681명으로, 전년보다 1만8698명(21.3%) 증가했다.
세부 연령대별로는 60~64세에서 3만5509명으로 가장 많았고 65~69세 2만9748명, 75세 이상 2만2291명, 70~74세 1만9131명 순이었다.
구직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원하고 취업할 수 있었지만, 임금수준 등 조건이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 같아 취업을 단념한 구직 경험자들이다. 최근 1년내 구직경험이 있는 이들로, 아예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과 함께 사실상 실업 상태로 볼 수 있다. 다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
구직단념의 사유로는 ‘이전에 찾아보았지만 일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39.3%를 차지했다. ‘근처에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았다’는 응답이 22.7%, ‘원하는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에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았다’는 응답이 20.5%으로 뒤를 이었다.
큰 틀에서는 고령층이 고용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 찾기는 만만치 않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15만9000명 증가한 가운데 60세 이상 취업자는 26만6000명 급증했다. 고령층이 고용시장을 주도하는 전반적인 흐름 속에서도 정작 이들도 마땅한 일거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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