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정국 특수상황, 눈치 덜 보여”
교육부 회유·학생 반발에도 줄인상
197개 대학총장들 22일 정기총회
정부 등록금규제 완화 등 요구할 듯
새학기 등록금을 인상하려는 대학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교육당국이 ‘당근’을 제시하고 있지만 인상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등록금 동결을 전제로 내놓은 지원안보다 인상하는 게 대학 재정에 더 도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등록금 인상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움직임도 본격화하는 가운데 전국대학총장협의체 정기총회에선 대정부 요구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등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에서만 최소 19곳 이상의 사립대가 올해 등록금 인상을 확정했거나 추진 중이다. 이화여대는 전날 오후에 끝난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 등록금을 지난해보다 3.1% 높이기로 결정했다.
이화여대는 당초 3.9% 인상을 추진했으나 인상폭을 소폭 낮췄다. 학내에선 등록금 인상을 두고 반대 목소리가 컸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등심위 개최 직전 학내에서 인상 반대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등심위에 참석한 학생 위원 6명도 전원 반대표를 던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화여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교 측 위원 6명과 외부 전문가 1명이 전원 찬성해 인상안이 가결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고등교육법은 등록금 인상 상한을 ‘직전 3개 연도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로 규정하고 있다. 대학은 교내 등심위를 거쳐 상한선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교육부가 2009년부터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재정지원을 제한하는 식으로 등록금을 간접적으로 규제하고 있어 대부분의 대학은 10년 넘게 등록금을 동결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물가상승률 인상 여파로 등록금 인상 상한이 높아졌다. 국가장학금을 포기하고 등록금을 올리는 것이 이득인 상황이 되면서 등록금을 올리려는 대학이 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올해는 다들 올리는 분위기라 대학 입장에선 인상 결정에 대한 부담이 적다”며 “정부 상황이 특수하다 보니 눈치도 덜 보여서 올해 거의 다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등록금 인상을 확정한 학교들이 있다. 서울에선 국민대(4.9%, 신설학부 제외 3.8%), 서강대(4.8%), 성공회대(5.1%), 성신여대(5.3%) 등이 인상했다. 경희대와 고려대, 연세대는 올해 교육부가 고시한 법정 인상률 상한선인 5.49%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권에서는 단국대와 서울장신대(3.6%) 등이, 비수도권에서는 국립 부산교대(5.4%), 진주교대(5.4%), 사립 영남대(5.4%)가 인상을 결정했다.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한 대학도 있다. 거점 국립대 10곳(서울대·충북대·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부산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과 군산대·순천대·창원대·한밭대·한경국립대 등 주로 국립대가 동결키로 했다. 사립대 중에는 서울 한성대, 경기 경동대 등이 동결했다. 동결을 결정한 대학은 대체로 경기 둔화에 따른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교육부는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에 교내장학금을 최대 10% 줄여도 국가장학금(Ⅱ유형) 국고를 지급하고,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최대 30%까지 인건비로 쓸 수 있게 하는 등 회유책을 내밀고 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최근 중앙대·경희대·고려대·성균관대·연세대·인하대 등 수도권 사립대 총장 8명과 면담을 갖고 동결을 재차 당부했다.
하지만 오랜 동결로 대학 재정난이 한계라는 게 대다수 사립대 반응이다. 매년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 등록금 책정을 확정한 만큼 설 연휴를 전후로 주요 사립대들이 인상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4년제 일반대 197개교 총장들의 법정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정기총회를 열 예정이다. 총장들은 정부에 등록금 규제 완화, 고등교육 재정 지원 강화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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