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등 야외·레저 활동 늘며
다양한 활용도 갖춘 SUV 선호
‘톱10’ 판매 모델 중 절반 차지
‘고급차=세단’ 공식에도 변화
수입차 업계, 제품 라인업 확대
국내에 수입차가 판매된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세단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E클래스와 5시리즈 등 세단이 압도적인 강세를 차지했던 수입차 시장에서 ‘고급차=세단’이라는 공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2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SUV는 12만7754대로, 세단(12만6881대)보다 873대 더 판매됐다.
KAIDA는 2003년부터 수입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했는데, 세단이 SUV에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3년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상륙하는 등 국내에 수입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시기다. 당시 세단 판매량은 1만5326대로, SUV 판매량(2806대)의 5배가 넘었다.
이후 세단은 2012년 10만1272대로 처음 연간 판매량 10만대를 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했다. SUV는 2020년이 돼서야 10만9484대로 첫 연간 1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두 차종의 판세가 역전되며 판매량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세단 판매량은 2020년 15만5563대, 2021년 14만6215대, 2022년 15만378대, 2023년 13만9978대로 조금씩 줄었다. SUV는 같은 기간 10만9486대에서 12만1385대로 판매량이 뛰었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판매된 차량을 모델별로 봐도 SUV의 약진이 눈에 띈다. 1위는 2만5937대 판매된 벤츠 E클래스, 2위는 2만697대 판매된 BMW 5시리즈 등 전통적으로 인기 있는 세단이 자리를 지켰지만 이 자리를 SUV가 바짝 추격하고 있다. 테슬라의 중형 SUV 모델Y(3위), 벤츠의 중형 SUV GLC(5위), BMW의 준대형 SUV X5(7위), 볼보의 중형 XC60(8위) 등 판매량 ‘톱10’ 모델 중 절반이 SUV였다.
국산차에 이어 수입차 시장에서도 SUV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산 자동차 시장에서는 2021년 SUV가 57만8451대 판매되며 처음으로 세단(53만695대)을 넘어섰다.
그동안 수입차 소비자들은 세단 고유의 고급스러움과 편안한 승차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등의 변화를 거치고 캠핑 등의 야외 레저활동이 보편화되며 넓은 실내 공간과 다양한 활용도를 갖춘 SUV의 강점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진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수입차 업계도 국내에 SUV 제품군 출시를 확대하고 있다. BMW코리아는 SUV 제품군인 X시리즈를 소형부터 대형까지 전 차급에 걸쳐 출시했다.
벤츠도 고급차를 중심으로 SUV 제품을 늘려가고 있다. 최근 벤츠는 GLC, GLC 쿠페, GLE 쿠페, GLS 차급에서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을 다양화해 GLC 300 4매틱 아방가르드, GLC 300 4매틱 쿠페 아방가르드, GLE 450 4매틱 쿠페, GLS 450 4매틱 등 4종의 트림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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