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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명을 ‘LA 디퍼스’라고 바꿔야 할 판…‘新 악의제국’ 다저스, 2025 월드시리즈 우승 아니면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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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21 08:30:00 수정 : 2025-01-21 01: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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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디퍼(Defer·연봉 지급유예)다. 이제는 팀 이름을 다저스에서 ‘디퍼스’로 바꿔야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가 ‘전가의 보도’인 디퍼를 또 한 번 활용해 정상급 좌완 불펜 태너 스콧을 품었다. MVP 트리오가 건재한 타선, 6선발, 7선발까지 가능한 선발진, 스콧까지 합류한 불펜. 어디에도 약점은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新 악의 제국’의 탄생이다.

MLB닷컴에 따르면 스콧이 다저스와 맺은 계약은 4년 7200만달러(약 1051억원). 계약금 2000만달러에 2100만달러는 계약 기간 뒤에 지급하는 디퍼다. 스콧의 계약에도 디퍼가 포함되면서 다저스의 연봉 지급유예 총액은 10억3750만달러(약 1조5056억원)으로 더 늘어났다.

 

세부적으로 뜯어보자. 디퍼가 가장 큰 선수는 오타니 쇼헤이다. 지난 2023년 12월 오타니는 역대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규모인 10년 총 7억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인 2024년부터 2033년까지는 매년 200만달러만 받고, 2034년부터 2043년까지 매년 6800만달러를 수령하는 구조다.

NEW YORK, NEW YORK - OCTOBER 16: Shohei Ohtani #17 of the Los Angeles Dodgers celebrates after hitting a home run in the eighth inning against the New York Mets during Game Three of the National League Championship Series at Citi Field on October 16, 2024 in New York City. Elsa/Getty Images/AFP (Photo by ELSA / GETTY IMAGES NORTH AMERICA / Getty Images via AFP)/2024-10-17 12:27:09/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보통은 현재 수령하는 연봉이 지급유예된 연봉보다는 더 크기 마련이지만, 오타니는 무려 97.1%의 금액이 디퍼다. 이렇게 되면 오타니가 받게 될 2034년부터의 6800만 달러는 화폐가치 하락 등으로 인해 평가절하되어 오타니의 연봉은 다저스 페이롤에 4600만달러로 잡힌다. 다저스는 오타니에게 역대 최대규모 계약이라는 명분을 주고, 그의 가치보다 하향된 페이롤을 통해 다른 스타급 선수를 잡는 실리를 얻은 것이다.

올 겨울에도 다저스는 디퍼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지난해 12월 FA 좌완 선발 블레이크 스넬과 5년 총 1억8200만달러에 영입하는 과정에서 6500만달러를 계약 기간 종료 후 지급하기로 했다. 토미 에드먼과의 5년 7400만달러의 연장계약에도 2500만달러가 디퍼,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FA 재계약으로 붙들어두는 과정에서 3년 6600만달러를 안겼는데, 이중 2350만달러가 디퍼다. 이밖에 무키 베츠(1억1500만 달러), 프레디 프리먼(5700만 달러), 윌 스미스(5000만 달러)까지 주전 대부분이 디퍼 계약이다.

Los Angeles Dodgers' Freddie Freeman connects for a walk-off grand slam home run during the 10th inning in Game 1 of the baseball World Series against the New York Yankees, Friday, Oct. 25, 2024, in Los Angeles. (AP Photo/Mark J. Terrill)/2024-10-26 13:22:25/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선수들에게 디퍼는 세금 절세 효과가 있다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화폐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기에 디퍼보다는 연봉을 당장 받는 게 유리하다. 디퍼는 그만큼 선수들의 양보나 희생이 필요한 것이다. 다저스가 디퍼로 영입한 선수들은 오타니, 베츠, 프리먼 등 슈퍼스타급에 스타급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희생이나 양보를 할 필요가 없는 선수들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이들이 기꺼이 디퍼를 수용하는 것은 팀 페이롤(연봉 총액) 규모를 낮춰 팀 전력을 끌어올려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대의를 실현하는 것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에인절스 시절엔 가을야구 문턱조차 가보지 못한 오타니는 다저스 이적 첫 해인 2024년 빅리그 첫 가을야구를 경험함과 동시에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FILES) Roki Sasaki #14 of Team Japan reacts after an out in the third inning against Team Mexico during the World Baseball Classic Semifinals at loanDepot park on March 20, 2023 in Miami, Florida. Japanese prodigy Roki Sasaki announced on January 17 he is joining the Los Angeles Dodgers following a frenzied Major League Baseball battle for the coveted pitcher's signature. Sasaki, 23, confirmed he would join up with compatriots Shohei Ohtani and Yoshinobu Yamamoto in a brief statement on Instagram. (Photo by Eric Espada / GETTY IMAGES NORTH AMERICA / AFP)/2025-01-18 08:37:12/ <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다저스가 미래의 빚을 져가면서도 현재 팀 전력을 극대화하는 것은 그만큼 구단 자금 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구단인 다저스는 2013년 타임워너케이블과 맺은 중계권료 계약이 25년 70억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오타니에 야마모토, 사사키 등 일본 슈퍼스타 선수들을 수집했기에 ‘잽머니’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다저스의 디퍼를 앞세운 ‘쇼핑’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과 부정적인 의견이 함께 나온다.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다. 규정 내에서 팀 전력을 극대화하는 무브’라는 의견도 있지만, 무분별한 디퍼로 인해 시장 질서를 해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USA투데이는 “다저스 때문에 29개 팀이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놓고 경쟁해야 할 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저스의 최근 움직임은 과거 천문학적인 자금력을 앞세워 스타 선수들을 싹쓸이해 ‘악의 제국’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21세기 초반 뉴욕 양키스와 비슷하다. 아니 더 강력하다. 괜히 다저스를 ‘新 악의 제국’이라 부르는 게 아니다.

다저스는 미래를 저당잡혀 현재만 사는 ‘슈퍼팀’도 아니다. 팜 시스템도 탄탄한 데다 빅마켓 팀으로 흥행도 항상 보증되어 있다. 탄탄한 전력으로 매년 월드시리즈를 노릴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뛰어보고 싶은 팀이 됐다.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얘기다. 사사키 로키 영입전에서도 다저스가 승리한 것은 워낙 전력이 강한 덕분이다 김혜성도 더 많은 연봉과 계약 기간, 주전 입성이 더 보장된 에인절스를 거절하고 다저스에 입단한 이유에 대해 “다저스잖아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이 아니면 실패인 팀이 됐다. 과연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2연패에 성공할 수 있을까. 월드시리즈 마지막 연패팀은 1998~2000년에 3연패를 달성한 뉴욕 양키스다. 다저스의 2025시즌 월드시리즈 우승 여부, 메이저리그의 최대 관심사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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