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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의 즉각적 보상 위험성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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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21 06:00:00 수정 : 2025-01-21 00: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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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새벽 쇠파이프와 돌이 날아다니는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셀카봉에 매달린 휴대폰들이 불빛을 냈다. “우리가 영웅이다”, “이제부터 전쟁이다. 국민저항권이다.” 카메라 앞에서 유튜버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실시간 후원금이 치솟았다. 경찰에 체포되는 순간까지도 그들의 카메라는 꺼지지 않았다. 이날의 격랑 속에서 51명의 경찰이 다쳤고, 7명은 골절상 등 중상을 입었다.

대통령 체포 작전이 벌어진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또 다른 전쟁터였다. “대통령님을 지켜야 합니다”, “당장 체포하라.” 유튜버들은 각자의 정치색에 맞춰 현장을 생중계했고, 휴대폰 너머로 후원금이 끊임없이 흘러들었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주요 채널들은 이틀 만에 수천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예림 사회부 기자

“유튜브만이 진실을 전한다.”

현장에서 만난 집회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그들의 입에서 “언론은 거짓말쟁이”라는 말도 자주 나왔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편 가르기는 기자와 유튜버의 본질적인 차이를 가려버린다. 두 존재의 결정적 차이는 정보의 옳고 그름이 아닌, 돈이 흐르는 방식에 있다.

유튜버는 실시간 후원이라는 ‘즉각적 보상’ 체계 안에서 움직인다. 특정 발언을 하는 순간 후원금이 올라가고, 이는 다시 비슷한 발언을 이끌어낸다. ‘이 정보가 정확한가’보다 ‘이 발언이 후원을 이끌어낼 것인가’가 우선되는 지점이다. 돈이 빠르게 흐를수록 말은 과격해지고, 과격한 말일수록 더 많은 돈을 모은다.

기성 언론의 수익 구조는 ‘지연된 보상’ 체계를 따른다. 특정 기사의 파급력이 즉각적으로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 시간적 간극은 의도치 않게 숙고의 시간을 만들어낸다. 편집회의에서의 토론, 사실관계 확인, 법적 검토가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는 즉각적 보상 구조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더 자극적인 발언이 더 많은 후원을 이끌어내고, 이는 다시 더 과격한 행동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만들어냈다. “유튜버들의 발언이 열성 지지자들에겐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는 이날 현실이 됐다.

단순히 유튜버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다. 현장의 생생함과 속보성은 분명 그들의 강점이다. 하지만 가치 판단에는 ‘필요한 느림’이 존재한다. 정보를 확인하고, 맥락을 이해하고, 함의를 고민하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문제는 실시간 후원이라는 구조가 이런 숙고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돈과 정보가 실시간으로 흐르는 시대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즉각적 보상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필요한 느림을 확보할 것인가. 서부지법 난동 사태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더한 위험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예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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