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그날까지 백배하여 싸워주길 바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파병 북한군 병사들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자필 편지가 공개됐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북한 군인들에게서 습득한 물품이라며 공개한 김정은 명의의 편지를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편지는 지난해 12월 31일과 올해 1월 1일 각각 1쪽씩 작성됐다. 편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북한이 격전을 벌인 러시아 접경지 쿠르스크 지역에서 발견됐다. 편지의 출처는 명확하지 않으나, 평양에서 이를 부대로 보냈거나 지휘관이 김 국무위원장의 편지를 대독하고 북한군이 그것을 받아적은 것일 수 있다고 WP는 짚었다.
김 국무위원장은 편지에서 “새해도 강고한 전투 포화로 이어가고 있는 동무들의 헌신과 노고에 무슨 말을 골라 격려하고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동무들이 정말 그립소! 동무들 모두가 건강하게 무사히 돌아오기를 내가 계속 빌고 또 빌고 있다는 것을 한순간도 잊지 말아주시오”라고 말했다.
그는 “부과된 군사 임무를 승리적으로 결속하는 그날까지 모두가 건강하고 더욱 용기백배하여 싸워주기 바라오”라고 당부했다. 편지는 “김정은 2024.12.31”로 마무리됐다.
WP는 “북한군이 임무 수행 중 이러한 메시지를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는 사실은 종종 고액의 급여 계약을 맺은 러시아 군인들 보다 훨씬 더 이데올로기적 동기 부여가 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편지는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측이 격전을 벌여온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이 손편지에 대해 WP는 “평양에서 군인들에게 보냈거나, 지휘관이 김정은의 메시지를 소리 내어 읽고 그것을 받아 적은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전투에서 사망한 북한군 병사들에게서 습득했다며 이 편지와 함께 신분증, 책자, 무기 등을 공개했다. 물품 중에는 "내 운명은 항상 조국과 함께한다" 등 북한의 애국적 노래들이 적힌 노트,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 경험을 상세히 기록한 문서도 있다.
북한군 문서 중에는 북한군에 항복하려는 우크라이나군 병사를 죽인 행위가 적히기도 했는데, 문서 작성자는 이런 행위가 우크라이나군을 자극해 궁극적으로 “전쟁을 장기화”할 수 있는 전술이라며 비판적인 평가를 덧붙였다.
최근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에서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WP는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향후 움직임을 검토하는 것이거나, 사상자 수가 늘어나면서 전쟁의 피로도가 심하다는 것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밝힌 바에 따르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1만2000명으로 추산되며, 이달 9일 기준 사상자는 4000명가량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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