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까지 상장 유지조건 10배 강화
코스닥선 시총 40억→300억으로 올려
감사의견 2회 연속 미달해도 즉시 상폐
변경 땐 코스피 62곳·코스닥 137곳 대상
기관 IPO 단기 차익 관행도 근절 추진
의무보유 확약시 물량 40% 우선 배정
김병환 “투자자 피해 최소화 지원할 것”
금융당국이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의 상장폐지 기준을 현행 시가총액 5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10배 강화하는 강도 높은 개선안을 내놨다. 부실 기업 퇴출을 통해 자본 배분의 효율성과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지속적인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IPO(기업공개)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공동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현행 시총 50억원·매출액 50억원인 코스피 상장폐지 기준을 2028년 시총 500억원, 2029년 매출액 300억원으로 단계 상향하고, 코스닥도 현행 시총 40억원·매출액 30억원에서 각각 300억원, 100억원으로 조정하는 게 골자다. 다만 시가총액이 코스피 1000억원, 코스닥 600억원을 넘는 기업은 매출액 기준을 면제받는다.
여기에 2회 연속 감사의견 미달 통보를 받은 상장사는 즉시 상장폐지되고 최대 4년인 개선기간은 2년으로 축소된다. 다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회생·워크아웃 기업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추가 개선 기간을 허용한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이번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코스피 상장사 788개 중 62개사(8%), 코스닥 상장사 1530개 중 137개사(7%)가 퇴출 대상이다.
그간 한국 주식시장의 상장폐지 제도가 외국에 비해 완화적용됐고, 기업의 질적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상장사 수만 무분별하게 늘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국내 상장사는 2019년 말 2105개에서 지난해 2478개로 17.7% 늘었는데 같은 기간 미국은 3909개에서 4044개로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나스닥시장이 부실 기업을 과감히 쳐내는 반면 국내 주식 시장은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퇴출을 늦추면서 ‘좀비’ 기업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여기에 IPO 시장의 단기 차익 관행도 근절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의무보유 물량을 확약한 기관투자자에게 공모주 물량의 40%를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또 소규모 사모운용사의 수요예측 참여를 제한하고, 주관사가 공모주를 장기 보유하도록 의무화했다.
지금까지 IPO 시장에선 상장 첫날 급등장에서 주식을 파는 단기투자가 기승을 부렸다. 중·장기 투자자 역할을 해야 할 기관투자자조차 지난해 IPO 종목 77개 중 96%를 상장 첫날 대규모 매도하며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에 장기보유의무를 부과해 ‘무늬만 기관’인 투자자의 참여를 막겠다는 게 당국의 계획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상장폐지 제도 개선과 관련해 “퇴출이 확대되더라도 투자자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상장폐지 주식의 거래를 지원하겠다”며 “자본시장 밸류업은 긴 호흡으로 꾸준하게 고삐를 놓지 않고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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