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힘으로 난제에 도전, 위대한 업적 내길”

세계일보 ‘2025 신춘문예’ 시상식

소설 부문 이수정, 시 최경민
평론 이지연씨 각각 수상 영예
심사단 “한국인만이 가진 특성
끄집어내면 곧 보편적 세계성”
정희택 사장 “유쾌한 파란 기대”

“언어로서 언어의 너머로 나아가려는 불가능한 여정이 문학이라면, 문학평론은 어쩌면 그 여정에 놓일 작은 촛불이 되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제가 쓸 글들이 그런 미약하지만 끈질긴 불빛이 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입니다.”

202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이지연씨는 21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진실은 언어를 넘어선 곳에 있다”는 박경리(1926∼2008) 작가의 말을 인용해 “언어를 통해 언어 너머의 진실로 다가가려고 한다는 점에서 문학은 반어적이지만, 또 그 때문에 아름답다”며 앞으로 좋은 글을 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이 21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열린 ‘2025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당선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경민(시 부문) 당선자, 정 사장, 이지연(문학평론) 당선자, 이수정(단편소설) 당선자의 딸 박지영씨. 최상수 기자

시 부문에 당선된 최경민씨는 수년간 시와 격조하며 ‘시가 세상을 바꿀 구체적이고 실천적 수단이 될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김현 선생의 말처럼 세상의 무지와 비통함을 추문으로 만드는 것, 그리하여 간접적인 방식으로 세상의 억압을 드러내는 것이 시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이번 당선으로 말미암아 그러한 역할을 제 시가 부여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해외에 거주 중인 소설 부문 당선자 이수정씨는 대리 수상한 딸 박지영씨를 통해 소감을 전했다. 이씨는 “취미로, 직업으로 평생 글을 써왔지만 소설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늦은 나이에 소설 쓰는 사람이 되었다”며 “삶에서 늘 동행하며 벗이 되어 주었던 소설에게 마음의 빚을 갚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이어 “그전까지는 소설을 읽다가 잠들었다면 앞으로는 소설을 쓰다 잠들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고 덧붙였다.

이들 수상자는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을 통해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신춘문예 심사위원단을 대표해 축사를 한 김주연 문학평론가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언급하며 “한국인의 정신적 깊이와 힘 속에서 한국인만이 가지는 특성을 끄집어내면 그게 곧 보편적 세계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학하는 앞으로의 세대에게 단순히 ’열심히, 많이 쓰라’고 말하기보다는 ‘난제에 도전하고 위대한 작업을 일궈내 성과로 보여달라’고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당부한다”고 말했다.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은 인사말에서 “수상자들의 이름에 붙게 될 시인, 소설가, 평론가라는 타이틀은 한국 문단을 종횡무진 내달릴 수 있는 가슴 벅찬 훈장이 될 것”이라며 “본인 명예는 물론 평생 이름 뒤에 따라다닐 ‘세계일보 신춘문예’ 출신이라는 약력에 걸맞도록 정진을 거듭해 한국 문학에 유쾌한 파란을 일으켜 달라”고 격려했다.

이규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