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만에… 고환율·고유가 영향
경유도 동반상승… 리터당 1582원
수입물가지수 석 달 연속 상승세
생산자물가도 12월 대비 0.3% ↑
“소비자 물가 상승 이어질라” 촉각
서울 휘발유 ℓ당 평균가격이 1800원을 돌파하며 물가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지고 있는 고환율 기조에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까지 겹쳤기 때문인데 유가가 수입·생산자 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이 커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ℓ당 1724.90원이다. 지역별로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은 1800.74원으로, 1800원대를 넘어섰다. 서울 휘발유 가격이 1800원대로 오른 건 2023년 11월6일(1802.69원) 이후 1년2개월여 만이다. 최근 5일간 오피넷 휘발유 유가 추이를 보면 전국 평균(이날 기준 1726원)이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은 1803원을 기록했다. 전국 휘발유값 상승세는 이날까지 15주 연속 오르는 중이다. 경유 평균 판매가는 ℓ당 1582.77원, 서울 평균가격은 1668.72원이다.
최근 환율이 상승하며 달러당 원화 가치가 떨어진 데다 이달 들어 국제유가가 미국의 러시아 에너지 기업 제재 여파로 공급 우려가 확산하면서 유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는 분석이다. 국제유가는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최근 국제유가 상승 흐름을 감안하면 당분간 국내 기름값은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다.
기름값 오름세에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도 자극받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한국은행의 수출입물가지수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잠정 수입물가지수는 142.14로 전달 대비 2.4% 올랐다.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 연속 상승이다. 한은은 수입물가 상승 배경으로 환율과 국제유가 상승을 꼽은 바 있다.
생산자물가 상승은 역시 가시화하고 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오르며 2개월 연속 상승했다.
농림수산품은 전월 대비 2.8% 올랐다. 공산품은 석탄 및 석유제품(2.2%), 화학제품(0.4%) 등이 올라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이 외에는 산업용도시가스(4.9%) 등이 상승세를 보였다.
국내 수입되는 상품 등의 가격을 측정한 국내공급물가지수도 국제유가 및 원·달러 환율이 오른 영향을 받아 지난달 크게 올랐다.
지난달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6% 오르면서 11월(0.6%)에 이어 두 달째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는 1.0%가 올랐던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원재료(1.7%), 중간재(0.5%), 최종재(0.7%) 가격이 모두 올랐다.
통상 국내 물가는 국제유가 행보와 유사한 방향으로 전개돼 왔다. 지난해 12월31일 통계청의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2.3%로 2020년(0.5%) 이후 4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앞으로의 환율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 고환율·고유가 추세를 보면 물가 안정도 안심하기 이르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국제유가 상승의 국내 물가 파급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 상승 시 국내 원유도입 단가 등 수입물가 역시 상승하고 석유류 제품 가격 인상이 생산자물가 상승을 유발, 최종적으로는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 상승세와 국내 경기 둔화가 맞물릴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점차 커진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이문희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 상승이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1월 현재까지도 원·달러 환율이나 유가 오름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농산물 가격 추이를 봐야 하고 공공요금은 일부 인하될 것으로 예상돼 계속 상승세가 지속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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