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군사개입 자제 ‘신고립주의’ 선언
“美, 다른 나라에 이용당하지 않을 것
푸틴, 곧 만나 우크라 전쟁 종식 노력
남부 국경에 국가 비상사태 선포할 것
외국에 관세 부과해 시민들 부유하게”
WHO·파리기후협정 재탈퇴 등 포함
바이든 정부 행정조치 78건 철회 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사와 두 차례의 추가 연설, 백악관 집무실에서의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등을 통해 1기보다 한층 더 강화된 미국 우선주의를 보여줌과 동시에 영토 확장에 관심이 있는 듯한 제국주의적 면모도 과시했다. 또 행정명령과 각서 등을 첫날부터 쏟아내며 ‘조 바이든 행정부 지우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정오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한 뒤 “우리나라는 그 어떤 나라보다 더 야망이 크다”고 밝혔다. 이날 29분간 진행된 취임 연설에서 ‘아메리카’가 총 41차례로 가장 많이 사용됐다.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본 적 없는 가장 강력한 군대를 건설할 것”이라면서도 “우리의 성공을 우리가 승리한 전투뿐 아니라 우리가 끝낸 전쟁, 아마도 가장 중요하게는 우리가 시작하지 않은 전쟁에 의해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 군사개입을 자제하는 ‘트럼프판 신고립주의’를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다른 나라에) 이용당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동맹 분담 확대 기조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서는 “언제 만날지는 모른다”면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겠다고도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최대한 빨리 종식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 대해 “협상해야 한다. 그는 협상하지 않음으로써 러시아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서부 개척 등을 비롯한 미국의 영토 확장 역사를 설명하면서 “프런티어 정신”을 거론, ‘신확장주의’ 논란을 예고했다.
그는 국내 문제 중에선 이민자와 남부 국경 문제를 최우선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부 국경에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며 “모든 불법 입국은 즉시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할 것”이라며 미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석유와 가스를 보유한 나라인 만큼 이를 이용해 “미국은 다시 제조업 국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유세 당시처럼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드릴(시추), 베이비, 드릴”을 외치자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관세 문제와 관련해선 “우리 시민들이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만드는 대신, 외국에 세금과 관세를 부과해 우리 시민들을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며 최근 발표한 대외수입청 신설 계획을 재차 밝혔다. ‘관세왕’으로 알려진 윌리엄 맥킨리 전 대통령(1897∼1901년 재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이날 멕시코,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2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한 것 외에 예고된 보편관세의 세부 시행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에서 유럽연합(EU) 국가들에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의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더 구매해야 한다고 밝혀 보편관세 정책이 고정된 것이라기보다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다소 유연할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계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의 미국 내 서비스를 금지하는 ‘틱톡금지법’ 시행을 75일간 유예했다. 이날 그가 미국 법인과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의 합작회사를 만들어 미국 기업의 지분을 50% 이상으로 만드는 방안도 제안하면서 중국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다양성 중시 정책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정부가 공공 및 사적 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인종과 성별을 사회적으로 조작하려는 정책을 종료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은 오직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별만 존재한다”고 못박았다.
그가 이날 쏟아낸 행정명령 중 78건은 세계보건기구(WHO) 및 파리기후변화협정 재탈퇴, 인공지능(AI) 안전규제 철회 등 전임 바이든 정부의 조치를 뒤집는 내용이었다. 이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취임 첫 100일간 행정조치 60건에 서명했고, 이 중 트럼프 1기 정책 철회는 24건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14일 발표한 쿠바 테러지원국 해제 방침을 불과 엿새 만에 백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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