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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대화’ 시그널 보낸 트럼프… ‘韓 패싱’ 현실화되나 [트럼프 2기 개막]

입력 : 2025-01-21 18:21:40 수정 : 2025-01-21 21: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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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정책 궤도 수정 촉각

‘완전한 비핵화’ 언급 대신 친분 과시
“트럼프, 핵 동결·군축 등 조건 걸어
대북 경제제재 완화 등 거래할 수도”

김정은·트럼프 7년전 협상 땐 ‘노딜’
러 ‘뒷배’·핵 고도화로 상황 달라져
김정은 당분간 신중모드 유지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 첫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지칭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패싱’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고 북한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는 듯한 뉘앙스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산책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미 대화 재개 포석을 깔기 위한 의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에게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더라도 핵 동결, 군축 등을 조건으로 경제 제재 완화나 북·미 수교를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북한학)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이에 기초해서 관계를 풀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중국 전략 차원에서 북한의 핵 동결이나 군축, 북·미 관계 정상화 등의 거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화를 하고 싶다는 자신의 일관된 메시지에 북한도 호응해 줬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북·미 대화가 조기에 재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미국 입장에선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파병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북한은 8년 전과 달리 러시아라는 뒷배가 생겼고, 핵·미사일 역량도 높아져 미국과의 협상에 조급할 필요가 없다. 우크라이나전을 비롯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 기조를 지켜보며 대화 재개 시점을 조율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트럼프 1기 때인 2018∼2019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3차례 만나며 비핵화 협상을 진행했지만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지 못해 결렬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을 천명했으나 구체적인 언급은 피해 왔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는 대신 ‘신중 모드’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러·북 동맹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우회할 수단을 확보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명확해질 때까지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난 경험이 있어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진=AFP연합뉴스

정부는 상황 파악에 나섰다. 외교부는 이날 “우리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미 신행정부와 긴밀히 공조하는 한편, 국제사회와도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와의 소통 및 조율이 어려운 정상 공백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북미유럽연구부)는 “외교부에서 관련 계획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지만, 국내 정치 혼란 속에서 사실상 대비가 되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새로운 정부가 들어올 경우 기존과는 좀 다른 접근법으로 변화를 만들 가능성이 있지만, 본격적인 논의가 되려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새 주인 맞은 백악관 홈페이지엔 “미국이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20일(현지시간) 새 단장을 마친 백악관 홈페이지에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과 ‘미국이 돌아왔다’는 문구가 게시돼 있다. 사진 아래에는 “저는 우리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강하고 안전하며 번영하는 미국을 만들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이 진정한 미국의 황금기가 될 것”이라는 글이 달렸다.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일본은 가능한 한 조기에 미·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양국 동맹관계를 더욱 끌어올리겠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핵 보유국’ 발언에는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우리나라(일본)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미국,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하면서 관련된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추진해 북한 핵·미사일 계획의 완전한 폐기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관·정지혜·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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