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못 본 홍준표 “쪽팔리게 벌벌 줄서야 하나…호텔서 TV로 봐”

북극 한파에 실내 행사로 변경…조현동 주미대사만 참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북극 한파 탓에 실내로 변경되면서 현지에 간 국내 정·재계 인사들 다수가 취임식 ‘직관’을 하지 못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호텔에서 취임식을 봤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미국을 찾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19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에서 특파원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홍 시장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취임식 아레나 행사에는 2만명이 초대됐는데 가보니 엄두가 나지 않아 참석을 포기하고 호텔로 돌아 와서 대형스크린을 통해 취임식을 봤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통령 취임식 이후 열린 축하 무도회 참석 여부에 대해서도 “이 추운 날에도 끝없이 이어진 줄을 보고 참석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세 행사를 월드컨벤션 센터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관계로 입장은 같이하게 된다. 그래서 혼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참 미국인들은 열성적이다. 좀 더 기다려 보고 참석 여부를 결정해야겠다”며 “오늘의 워싱턴 날씨는 갑자기 한파가 몰아쳐 참 춥다. 바람도 차고 영하 16도”라고 덧붙였다.

홍 시장은 이후 또 다른 게시물을 통해 “그래도 내가 차기 대선후보 자격으로 미국 대통령 취임 준비위원회의 초청으로 8년 만에 워싱턴을 방문했는데 저 수많은 미국 군중들과 함께 벌벌 떨면서 수시간 줄지어 차례 기다려서 검색 받고 군중집회에 참석할 필요까지 있나? 쪽팔리지 않나?”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차라리 그 시간에 트럼프 측근 비공개 인사들과 만나 한국 상황을 설명하는 게 맞지 않나”라며 “8년 전에는 야당 대표로서 두 달간 준비해서 일정 조정해서 왔는데 이번에는 일주일 전에 급히 초청받아 일정 조정 없이 오는 바람에 이곳 상원 의원들은 와서 보니 각종 인사청문회로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한다”고 했다.

또 “미국 현지 분위기는 확실히 파악하고 간다”며 “오늘은 공화당 소속 하원 군사위원회 의원, 외교위원회 의원 등 두 분을 만나러 미 의회로 간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0일(현지 시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행사가 열리는 워싱턴DC 캐피털원아레나를 찾았다. 왼쪽부터 나경원, 김대식, 강민국, 조정훈 의원. 워싱턴=뉴스1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은 20일(현지시각) 워싱턴D.C. 의회 의사당 중앙홀에서 열렸는데 여기에는 미국 정재계 핵심 인사 등 소수 인원만 참여했다. 국내 인사 중에는 한국 정부 대표로 간 조현동 주미대사가 유일한 참석자다.

이외 25만장에 달하는 취임식 입장권 소지자들 가운데 선별된 일부가 의사당에서 도보로 30분가량 떨어진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실시간 중계로 취임식을 지켜봤다.

홍 대표가 언급한 ‘아레나 행사’는 이를 뜻하는데, 캐피털 원 아레나의 수용 규모는 2만명 수준이다. ‘커맨더 인 치프 볼’ 행사는 군 복무자들이 참석하는 무도회로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직접 찾는 3개의 무도회 가운데 하나다.

당초 의사당 앞 야외무대에서 열리기로 했던 대통령 취임식이 한파로 인해 실내 행사로 변경되면서 입장권 배포 규모에 견줘 수용 인원이 크게 줄어들었다.

앞서 홍 시장과 대구시는 미국 측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공식 초청받았다며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트럼프 2기 주요 인사들에게 미국의 대 한국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돌아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김수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