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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역사상 첫 여성 장군, 102세 일기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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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22 09:58:44 수정 : 2025-01-22 09: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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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 앙드레, 군의관 겸 헬기 조종사 활약
1976년 장성 진급… 1981년 소장으로 퇴역

프랑스 역사상 최초의 여성 장군이 10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1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발레리 앙드레 전 프랑스 육군 소장이 이날 노환으로 타계했다고 프랑스 국방부가 밝혔다. 국방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매우 훌륭한 여성이 우리 곁을 떠났다”라고 고인을 애도했다.

2000년 4월 당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앵발리드에서 프랑스군 최초의 여성 장군인 발레리 앙드레 전 육군 소장에게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앙드레는 1922년 독일과의 접경 도시인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에서 태어났다. 그가 17세이던 1939년 9월 나치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이듬해인 1940년 6월에는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했다. 앙드레는 다른 많은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나치 독일의 점령 통치 기간에 레지스탕스(저항군) 일원으로 활동했다. 전후 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앙드레는 프랑스 육군의 군의관이 되었다.

 

공중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공수 훈련까지 수료한 앙드레는 1948년 베트남으로 보내졌다. 프랑스는 19세기에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3국을 점령한 뒤 ‘프랑스령 인도차이나’라고 부르며 식민 지배를 했다. 2차대전을 계기로 프랑스 국력이 약화하자 베트남을 중심으로 독립 운동이 거세졌다. 이에 프랑스는 본국에서 병력을 빼내 베트남으로 보냈고, 프랑스군과 베트남 독립군 간에 전쟁이 벌어졌다.

 

앙드레는 베트남에 4년간 머물렀다. 그는 정글에 갇힌 부상병을 후송하려면 헬리콥터가 필수라는 점을 깨닫고 자원해서 헬리콥터 조종을 배웠다. 앙드레는 1952∼1953년 사이 총 130회 가까운 비행 임무를 수행하며 160명 이상의 장병을 구조했다.

 

1954년 프랑스가 베트남에서 완전히 철수한 뒤 이번에는 역시 프랑스 식민지이던 알제리에서 독립 전쟁이 일어났다. 앙드레는 알제리 전쟁에도 참전해 헬기로 부상병을 후송하고 또 치료하는 임무를 계속 지휘했다.

프랑스 역사상 첫 여성 장군인 발레리 앙드레(1922∼2025) 전 육군 소장. 사진은 그가 78세이던 2000년 4월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직후 촬영한 것이다. AFP연합뉴스

종전 후 군대에 남은 앙드레는 꾸준히 계급이 상승했다. 1976년에는 육군 의무감을 맡으며 준장으로 진급했다. 프랑스군 역사상 첫 여성 장성이 탄생한 것이다. 앙드레는 훗날 언론 인터뷰에서 “여성이 군대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며 “그럼에도 진급이 결정됐을 때 무척 짜릿했다”고 회고했다.

 

1981년 약 33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퇴역할 당시 앙드레의 계급은 별 셋을 단 소장이었다. 프랑스군의 계급장 체계는 준장부터 별 두 개를 달게 돼 있어 별 셋이면 소장에 해당한다. AFP는 앙드레가 현역 복무 기간 500회 가까운 전투 임무를 수행하고 비행 시간만 4200시간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앙드레가 100세가 된 2022년 파리시는 그의 업적을 기려 도시 남서부에 있는 헬기 이착륙장에 ‘발레리 앙드레’라는 이름을 헌정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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