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취소로 중대한 고통”…이승환 측, 구미시에 2억5000만원 손배소

가수 이승환 측, 경북 구미시와 김장호 구미시장 상대 2억5000만원 손배소 제기

가수 이승환. 이승환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가수 이승환 측이 22일 데뷔 35주년 기념 콘서트 공연장 대관을 취소한 경북 구미시와 김장호 구미시장을 상대로 2억5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승환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해마루의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이승환은 서약서 요구와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사용허가 취소의 피해자로 중대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기획사와 공연 예매자들도 각각 연출 기회, 문화 향유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밝혔다.

원고는 이승환과 그의 소속사 드림팩토리클럽 그리고 구미 공연 예매자 100명이다. 이승환 측의 손배소 원고 모집에 따라 예매자 100명이 소송에 함께 하게 됐다. 법무법인이 예매자 100명의 위임 계약을 체결해 소송을 벌인다.

지난달 23일 가수 이승환의 콘서트를 반대하는 보수 우익단체 회원들의 현수막이 경북 구미시청 앞에 걸려 있다. 구미=뉴시스

앞서 김 시장은 지난달 23일 구미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과 관객의 안전을 고려해 이승환의 콘서트를 취소한다”며 “이는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운영조례 제9조에 따른다”고 알렸다.

김 시장은 “지난 20일 이승환씨 측에 안전 인력 배치 계획 제출과 ‘정치적 선동 및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청했다”며 “이승환씨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첨부된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는 분명한 반대의사를 서면으로 밝혀왔다”고 말했다.

더불어 “지난 10일 이승환씨 기획사에 정치적 선동 자제를 요청했다”며 “그럼에도 이승환씨는 지난 14일 수원 공연에서 ‘탄핵이 되니 좋다’며 정치적 언급을 한 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시장은 “문화예술회관의 설립취지, 서약서 날인을 거절한 점, 예측할 수 없는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대관을 취소한다”고 했다.

이승환은 같은 달 25일 구미시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이승환 35주년 콘서트-HEAVEN’을 열 예정이었다.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김장호 경북 구미시장의 부당한 이승환 콘서트 대관 취소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소장 접수에 앞서 이승환 변호인인 임재성 변호사가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임 변호사는 서약서 서명 요구와 대관 취소는 구미시 공무원들의 불법 행위이므로 시가 국가배상법에 따른 배상책임을 진다고 강조했다.

특히 구미시의 ‘안전’ 언급에 대해 “신속하게 구미경찰서 등을 상대로 공연 즈음 이뤄진 집회 신고 건수와 참여자 수를 확인하고 구미시가 통제할 수 있는 행정력을 초과했던 것인지 그리고 안전대책을 세우긴 했던 건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현저하고 중대한 안전상의 이유가 없다면 공연 취소는 결국 김 시장의 자의적 결정으로 볼 수밖에 없는 만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이자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한 행정이 될 거라고 임 변호사는 강조했다.

계속해서 “대한민국의 한 가수가 무대를 뺏길 수 있다는 협박 속에서 ‘언행을 조심하라’는 사실상의 검열을 받은 사건”이라며 “본인의 양심에 반하는 서약서 서명을 실질적으로 강요당한 사건”이라고 부각했다.

김동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