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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내가 만난 중도입국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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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22 22:46:13 수정 : 2025-01-22 22: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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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도입국청소년의 통역가이자 상담사로 활동한 지 4년이 되어 간다. 그동안 다양한 배경을 가진 중도입국청소년들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왔다. 나는 그들이 나에게 마음을 열어줄 때마다 늘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부모님을 따라 낯선 땅으로 와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 멋지다.

일반적으로 중도입국청소년들은 성인 외국인 주민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특히 사회적 소외감과 심리적 불안감을 많이 느낀다. 이들은 본인의 선택이 아닌 상태로 이민 오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거부감을 보이기 쉽다. 중도입국청소년들은 언어와 문화적 장벽, 집단적 소속감의 부족으로 인해 가족이나 같은 나라 출신 청소년에게 의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로 인해 사회 참여도가 낮아지고 사회적 관계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사하부트지노바 루이자 조이로브나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중도입국청소년들에게 정서적 지지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는 중도입국청소년들과 일상생활, 학업, 진로, 심리 등에 대해 상담하면서 그들이 자신의 한국어 능력과 학업 충실도에 대해 비교적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도입국청소년들에게 학교생활에서 가장 흥미롭고 즐거웠던 시간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이들은 고립된 공간에서 계속 의자에 앉아 공부하는 것보다 체육활동이나 문화체험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도입국청소년 중 동아리나 방과 후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예외적으로 많았다. 한국어 수업, 축구, 댄스, 미술, 게임 등 다양한 동아리에 참여하며 여러 나라 친구들과 사귀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반가웠다.

중도입국청소년들도 언젠가 한국 대학에 진학하여 고등교육을 받아야 하는 시점이 올 것이며, 이에 대한 부모와 교사들의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앞으로 학부모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학생들 역시 학업과 심리적 준비에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고등교육은 초중등교육보다 더 어렵고, 중도입국청소년들에게는 학업뿐만 아니라 사회성이 더욱 요구된다. 대학 졸업 후 이들의 진로와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중도입국청소년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자녀의 진로 탐색과 정서적 안정 지원을 위해 전문적인 상담과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중도입국청소년 대상 사업과 프로그램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학업 지원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체험, 체육활동, 진로 탐색, 선후배 멘토링, 학부모 상담 등 과정을 체계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현재 정부나 교육청의 지원을 받은 다양한 지도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지만, 아쉽게도 일회성 사업과 프로젝트가 많은 게 사실이다. 특히 교사의 입장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중도입국청소년이 많을수록 언어와 문화 장벽으로 인해 수업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러한 사업이나 프로젝트의 준비는 한국 학교나 정부의 과제에 그치지 않고, 해당 국가의 대사관과 커뮤니티가 함께 참여해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도입국청소년들이 밝고 행복하게 성장하며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는 날을 꿈꾸며, 통역사이자 상담사로서 앞으로도 내 역할을 계속 이어가겠다.

 

사하부트지노바 루이자 조이로브나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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