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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단체, 한국전쟁 학살지 유해 일괄 화장·합사 계획 철회 촉구

입력 : 2025-01-22 16:40:46 수정 : 2025-01-22 16: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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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확정된 바 없어…각계 의견 수렴 안치 방식 결정”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해 수천구를 집단 화장해 합사(合祀)하려는 계획에 대해 제주4·3 유족들이 반발하고 나서자 정부가 확정된 바 없다며 각계 의견을 수렴해 안치 방식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22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에 따르면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 골령골, 경산 코발트광산, 김천 돌고개 등지에서 집단 학살된 희생자 유해들 중에는 70년 넘게 고향땅을 그리워한 4·3 희생자 유해도 포함돼 있다”며 “정부는 4·3 희생자 유해 봉환을 영영 가로막을 집단 화장과 합사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023년 10월 5일 제주시 조천읍 북촌포구에서 대전 골령골 유해발굴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행방불명 4·3 희생자 김한홍 씨의 유해 봉환식이 열리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정부는 4000여구 유해를 일일이 관리할 수 없어서 일괄 화장한 뒤 대전 골령골 학살지에 세우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시설에 지역·사건별로 합사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유해 중에는 전국 형무소로 끌려간 뒤 행방불명된 4·3 희생자들이 포함돼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23년 대전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가 4·3 희생자로 확인되기도 했다.

 

유족회는 “4·3사건 추가진상보고서 등에 따르면 대전형무소, 대구형무소, 김천형무소에서만 4·3 희생자 수백명이 행방불명된 것으로 파악되는 등 전국적으로 4·3 수형인 1800여명이 고향 땅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유족회는 “돌아오지 못한 가족 유해를 찾기 위해 피눈물을 흘리며 전국을 헤맨 유족들에게 이번 계획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라며 “이대로라면 4·3 희생자 신원이 확인되더라도 정든 고향땅으로 모셔오는 길은 영영 가로막히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4·3특별법에 따라 4·3 희생자 유해 발굴과 수습은 4·3위원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집단 화장 합사 계획은 행정편의주의의 산물로,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위령시설에 모셔질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모든 유해에 대한 집단 화장과 합사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개별 화장과 봉안을 통해 4·3희생자 신원 확인과 봉환을 책임지고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4·3범국민위원회와 4·3기념사업위원회도 성명서를 내 “행안부는 4·3 희생자 포함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해의 집단 화장 및 합사 시도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4·3희생자 신원이 확인되더라도 고향땅으로 모셔오는 길을 막아서는 조치가 정녕 정부가 할 일인가”라며 “지금의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4·3유족회를 비롯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관련 유족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수렴하라”고 촉구했다.

 

행안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전국 단위 위령시설 조성사업은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진행(2025년 4월 완료 예정) 단계로, 유해 일괄 합사 등과 관련된 계획안이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위령시설 조성사업은 2016년 사업초기 단계부터 외부 전문가와 전국 유족 대표를 포함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총 27회 개최하는 등 유해 봉안 및 시설계획 등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해 안치 방식 등에 대한 유족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유해발굴기관, 자치단체 등 관계기관 및 자문위원회와 지속 협의하겠다”라고 밝혔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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