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원자재비 등 상승 여파
현대건설, 1조2209억원 영업손실
印尼·사우디 프로젝트 공기 지연
자회사 해외사업 손실분도 영향
대우건설·DL이앤씨 등 순익 감소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전망으로
건설사 전반 실적 부진 이어질 듯
고환율과 자재값·인건비 상승,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골머리를 앓아온 건설업계의 실적 부진이 가시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연결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대규모 손실로 지난해 연간 1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건설경기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건설사들의 올해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연결 기준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이 1조220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2일 공시했다. 전년 영업이익(7854억원)보다 약 2조원 줄어들며 적자 전환했다. 현대건설이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1년 382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이후 처음이다.
대규모 영업적자의 배경에는 고환율 및 원자재 가격 상승 기조와 더불어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손실이 영향을 미쳤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연결 자회사(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일부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일시적 비용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해외 일부 현장에서 공기 연장, 공사원가 추가 반영 등으로 인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2019∼2020년 인도네시아에서 연이어 수주한 발릭파판 정유공장 프로젝트와 2021년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동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플랜트 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이들 사업을 본격 수행하던 시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데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 여파로 인건비와 자재비 등 공사원가가 급상승하고 공기 지연 등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에 수행했던 현장에서 원가 반영이 추가로 됐다”며 “인도네시아 현장과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에서 그러한 (원가) 추가 발생이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다만 연간 수주 누계는 30조5281억원으로, 연간 수주 목표(29조원)의 105.3%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부가가치 해외 프로젝트의 잇따른 수주로 수주잔고도 89조9316억원을 확보하며 안정적 성장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속속 전년보다 부진한 실적이 공개되고 있다. 이날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1조10억원으로 전년(1조340억원) 대비 3.2%(330억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18조6550억원으로 같은 기간 6550억원 줄어들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대외 환경 변화 등으로 전년 대비 매출과 이익이 소폭 감소했다”고 전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건설사 전반에서 실적 부진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간의 증권사 실적 전망(컨센서스)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DL이앤씨의 지난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19.27% 감소한 2669억원이다. 매출액은 8조1135억원으로 전년보다 1.53% 증가하지만 당기순이익은 1693억원으로 16.27% 줄어들 전망이다.
대우건설의 경우 영업이익 전망치는 3458억원으로 전년 대비 47.8% 감소한 수준이며, 당기순이익은 50.7% 줄어든 2571억원으로 전망됐다. 대우건설과 DL이앤씨, GS건설 등은 다음달 초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장윤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하반기 들어 업종 전반적인 외형 성장 둔화가 감지되는 가운데 기업 개별적인 원가율 점검, 준공 정산 비용 반영 등 비용 증가 요인이 발현되며 부진한 수익성이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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