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깨 코인 투자하려던 60대… 은행원 신고 덕에 사기 안 당해

“고객이 예금을 해지하러 오면 항상 ‘해지 이유’를 물어봐요. 돈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는 건 은행원의 기본 아닌가요.”

21일 서울 구로경찰서에서 김수정 구로신협 과장(왼쪽)이 감사장을 받은 뒤 이동훈 구로경찰서장(오른쪽)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구로경찰서 제공

갑자기 적금을 해지하려는 은행 고객의 전화금융사기 피해를 막아낸 김수정 구로신협 과장은 22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과장은 적금 3000만원을 해지하려는 고객에게서 ‘수상한 정황’을 발견하고 112에 신고해 피해를 예방했다. 서울 구로경찰서가 김 과장에게 이날 감사장을 준 이유다.

지난 14일 오전 11시30분쯤 한 60대 여성 고객이 김 과장의 창구로 찾아와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적금을 해지하겠다고 했다. 김 과장이 해지 사유를 묻자 여성은 “남편이 코인 투자를 한다고 해서”라고 답했다. 수상하게 여긴 김 과장이 남편과 직접 통화를 시도했지만, 바쁘다며 ‘그냥 내놓으라’는 반응뿐이었다. 김 과장은 “코인 거래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뤄지는데, 현금을 요구한다는 점이 이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과장은 112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관과 함께 계속 설득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김 과장은 경찰관인 남편에게 도움을 청했다. 남편은 3시간가량 피해자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3000만원의 피해를 막았다.

감사장을 받은 김 과장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작은 실천이지만 조합원의 소중한 재산을 지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요즘엔 저희가 아무리 ‘이건 사기’라고 해도 잘 안 믿으신다”며 “은행원들의 우려와 만류를 귀담아들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동훈 구로경찰서장은 “앞으로도 주민의 재산 보호와 피해 예방을 위해 금융기관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예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