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시댁 방문을 앞둔 한 여성이 8세 딸 덕분에 친정에만 가기로 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2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설날에 (할머니 댁) 가기 싫다는 딸 덕분에 정말 눈물이 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A 씨는 "이제 8세 된 아이가 솔직히 뭘 알겠냐고 생각했다. 아이 앞에서 시댁 욕한 적도, 시댁 일로 싸우는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라며 "늘 시댁 가서 일만 하고 말도 안 하고 못 하는 모습이 아이 눈에도 보였나 보다"라고 운을 뗐다.
A 씨의 딸은 며칠 전부터 아빠한테 "할머니 집 가지 말자"며 밥도 안 먹고 항의했다고. 이유를 물어봐도 대답을 해주지 않던 딸은 어제저녁 입을 열었다.
딸이 "할머니가 엄마한테 뭐라 한다. 가면 엄마 힘들다"고 소리 지르면서 울고불고 경기를 일으켰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시댁 식구들이 아이를 정말 예뻐하고 제가 주방일 하는 동안 어른들하고 잘 놀고 있길래 모를 줄 알았다"며 "마음이 미어지더라. 그 순간 남편은 아무 말도 못 했다"고 적었다.
이어 "애가 울면서 잠드는 순간까지 '엄마 힘든 거 싫어. 할머니 집 가지 말자'고 중얼댔다"며 "그냥 내가 참는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아닌가 보다. 아이한테도 못 할 짓인가 보다"라고 씁쓸해했다.
그러면서 "이번 설에는 그냥 (시댁) 안 가고 친정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너무 아기라고 생각했는데 속으로 저런 생각을 하는지도 몰랐고, 설날 다가온다는 소리에 혼자 속상했을 거 생각하니까 너무 미안하더라"라고 토로했다.
A 씨는 "주방에만 있었고 딱히 큰 소리 낸 적 없는데 저 어린 것이 어떻게 알았을까 싶다"며 "마음이 정말 무겁다. 아이들은 엄마가 안 행복한 거 다 느낀다더니 진짠가 보다"라고 했다.
누리꾼들은 "애 보는 앞에서 시댁이 얼마나 엄마 욕했으면 아이가 상처받았을까. 아빠란 사람은 도대체 뭘 했나", "딸이 사려 깊고 기특하다. 이번 기회에 남편도 뼈저리게 느끼고 바뀌길 바란다", "방관한 아빠와 참기만 한 엄마. 그 가운데서 속앓이하는 아이. 정신 차리고 시댁과 거리 둬라", "앞으로 시댁엔 남편 혼자 보내라. 아이가 불쌍하다" 등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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