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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특파원에서 엘살바도르 대통령으로… ‘풍운아’ 푸네스 별세

입력 : 2025-01-23 14:24:57 수정 : 2025-01-23 14: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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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역사상 첫 좌파 대통령
퇴임 후 수사 받다가 니카라과 도피
궐석재판 끝에 징역 28년 중형 선고

미국 CNN 방송의 중미 특파원 출신으로 엘살바도르 대통령에 오른 풍운아 마우리시오 푸네스가 65세의 이른 나이에 별세했다. 한때 엘살바도르 정치 개혁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푸네스는 대통령 재임 시절의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다가 이웃나라 니카라과로 도주해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22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니카라과 정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푸네스 전 대통령이 심각한 만성질환에 시달리다가 21일 숨졌다”고 밝혔다. 푸네스의 유족은 고인이 모국인 엘살바도르 대신 니카라과에 묻히길 원한다고 니카라과 정부는 덧붙였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엘살바도르 대통령을 지낸 마우리시오 푸네스(1959∼2025). AFP연합뉴스

푸네스는 1959년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태어났다. 가톨릭 학교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가 언론인으로 직업을 바꿔 방송사에 들어갔다. 주로 분쟁 지역 종군기자로 이름을 날렸으며 유명인을 인터뷰하는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인기를 얻었다. 특히 1991년부터 2007년까지 CNN의 중미 특파원으로 일하며 뛰어난 취재력으로 많은 상을 받았다.

 

그러자 좌파 성향의 파라분도 마르티 해방전선(FMLN)이 푸네스에 눈독을 들였다. 정계에 입문한 푸네스는 2009년 엘살바도르 대선에 FMLN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엘살바도르 역사상 첫 좌파 출신 대통령이 되는 기록을 세웠다.

 

푸네스는 임기 내내 개혁적 면모를 선보였다. 군사정권 시절인 1981년 정부군과 좌익 게릴라 간의 내전 도중 군이 민간인 1000여명을 학살한 것과 관련해 국가의 이름으로 피해자와 유족 등에게 사과한 것이 대표적이다. 진보 진영에선 그를 “엘살바도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집요하고 주저하지 않는 인물”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2014년 푸네스가 5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뒤 그가 재임 중 저지른 온갖 비리 혐의가 드러났다. 살인 사건 발생을 감소시키기 위해 수감 중인 갱단 지도자에게 온갖 특혜를 베풀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아무리 치안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갱단을 강력히 단속해야 할 정부가 되레 갱단과 뒷거래를 했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이 컸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푸네스는 니카라과로 도피했다. 그는 제기된 모든 혐의와 의혹을 부인하며 “나는 정치적 박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재자로 악명이 높은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엘살바도르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부하며 푸네스와 그 가족을 보호했다. 엘살바도르 법원은 푸네스를 상대로 궐석재판을 진행한 끝에 2024년 6월 징역 28년형을 선고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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