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단기 펫시터 구인글 줄이어
펫 동반 귀성·귀경버스 운영 업체도
반려견 돌봄 자처하고 나선 지자체 늘어
경북 안동에서 거주하는 직장인 유환길(33)씨는 올해 설 명절에 강원 동해의 본가로 올라가면서 28~30일까지 사흘간 펫시터(반려동물 돌보미)를 고용하기로 했다. 반려견 ‘뿌꾸’를 돌보기 위해서다. 2박3일을 맡기는 데 7만원 정도가 들지만 뿌꾸를 위해서라면 돈은 아깝지 않다는 게 유씨의 생각이다. 유씨는 “뿌꾸를 지인 집에 맡길까 생각했지만 환경이 바꾸면 지정된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배변활동을 할 수 있고 가구나 벽지를 물어뜯을 수 있어 차라리 집을 방문하는 단기 펫시터를 고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 가구는 명절이 다가오면 고향의 가족을 본다는 기대와 함께 걱정이 따른다. 연휴 기간 고향 방문이나 여행 등으로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에 반려동물을 고된 귀성길에 데려가기도 어렵고, 맡길 곳도 마땅치 않아서다.
◆황금 설 연휴 펫시터 ‘인기’
28일 세계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설 명절을 앞두고 전문 호텔링에 지자체의 반려동물 돌봄 쉼터부터 단기 펫시터를 구하는 보호자가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거주지에서 반려동물을 직접 양육하는 가구 비율은 25.4%, 양육 인구는 1306만명에 달한다. 4집 건너 1집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대가 됐다.
올해 설 명절은 정부가 2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25∼26일 주말에 이어 28∼30일 설 연휴까지 모두 엿새를 연달아 쉴 수 있다. 그러나 반려동물 보호자는 황금연휴를 마냥 반길 수 없는 상황이다. 반려동물을 홀로 집에 남겨야 하는데 관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연휴 때만 되면 중고 거래 앱인 당근마켓에서는 펫시터를 구한다는 구인 글이 줄을 잇는다. 강아지·고양이 돌봄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1월16~26일까지 설 연휴 기간 반려동물 돌봄 구인 글이 20건 가까이 올라왔다.
단기 펫시터는 하루에 한 번 반려인의 집에 방문해 반려동물의 식사나 물을 챙기고 배변물을 치운다. 하루 방문마다 1시간가량의 돌봄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1만5000원에서 2만원의 수고비가 책정된다. 하지만 설 연휴가 닥치도록 사람을 구하지 못한 반려인은 시간당 3만원까지 수고비를 주고서라도 펫시터를 찾는다.
7년째 반려묘를 키우고 있는 30대 직장인 강영록(35) 씨는 “명절이나 휴가 때마다 단기 펫시터를 찾고 있는데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직장인은 가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서비스 비용이 저렴해졌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경북 경산의 자취방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김민지(37) 씨는 “설 명절에 이틀가량 집을 비우는데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단기 펫시터를 웃돈을 주고 어렵게 구했다”면서 “가뜩이나 명절에는 이것저것 쓸 돈이 많은데 펫시터를 고용하게 돼 지출이 크다”고 했다.
◆펫 동반 귀성·귀경버스 운영도 등장
전문 애견호텔에 반려동물을 맡기는 호텔링 서비스를 선택하는 반려인도 많다. 애견호텔들의 1박 가격은 소형견 기준 평균 3~5만원인데, 명절 성수기에는 비수기보다 10~20%가량 오른 가격을 받는 곳이 적지 않다.
임모(27)씨는 “강아지를 케이지에 담아 기차에 탑승하면 불편해하는 승객이 많은 데다 긴 이동시간에 강아지가 멀미를 하고 힘들어한다”면서 “올해는 명절 2주 전 펫호텔을 미리 예약해 맡기고 고향에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설 명절 고향을 찾는 반려인을 위해 반려동물과 함께 이동할 수 있는 펫 동반 귀성·귀경버스까지 등장했다. 이 버스는 케이지나 이동장 없이도 탑승이 가능하며 반려견 좌석과 전용 안전벨트를 제공한다. 응급 상황에 대비한 키트도 마련돼 있다.
◆반려견 돌봄 자처한 지자체 늘어
명절 기간 반려동물 돌봄을 제공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22년 추석 연휴부터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정한 위탁관리업체가 일정 기간 무료로 취약계층 가정의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식이다.
먼저 강남구는 설 연휴 기간 반려견 돌봄쉼터를 운영한다. 구와 협약을 맺은 전문 돌봄업체에 반려견을 맡기면 최대 5일까지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상은 동물 등록이 완료된 5개월령 이상의 10㎏ 이하 반려견 100마리로 가구당 최대 2마리까지 신청 가능하다.
서초구는 서초동물사랑센터에서 설 연휴 반려견 돌봄쉼터를 운영한다. 대상은 구에 등록된 5개월 이상의 반려견으로 비용은 청소·소독 등을 위한 5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신청은 유기견을 입양한 구민이 1순위이고 저소득층이 2순위다. 노원구의 반려견 돌봄쉼터는 지난 2018년 추석부터 시작해 올해로 8년째 운영 중인 서비스다.
센터 관계자는 “설 연휴 반려견 돌봄 쉼터는 주민의 명절 걱정을 줄이고 반려동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매년 운영하고 있다”면서 “환경 변화에 민감한 반려견은 집에서 사용하던 사료와 장난감, 침구 등을 준비하면 쉼터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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