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신고 늦춰야 해"…부친 시신 1년 넘게 김치냉장고 보관한 아들

폴리스라인. 연합뉴스 

아버지의 시신을 김치냉장고에 1년 7개월간 보관해 온 40대 남성이 구속됐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이천경찰서는 전날 사체은닉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A씨를 구속해 수사 중이다. 

A씨는 2023년 4월 이천시에 홀로 거주하던 70대 아버지 B씨의 집을 방문했다가 숨져있던 B씨를 목격, 시신을 비닐로 감싸 김치냉장고에 넣어 1년 7개월간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해 11월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부친의 사망으로 인해 당시 진행 중이던 소송에서 재산상 불이익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숨지기 전인 2022년 7월부터 아내이자 A씨의 의붓어머니인 C씨와 이혼·재산분할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민법엔 이같은 소송 진행 도중 당사자가 사망할 경우 다른 사람이 이를 대신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어 소송이 종료된다. 이 경우 남은 배우자가 상속의 권리를 가지게 된다.

때문에 B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질 경우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이 종료되고, C씨는 재산분할 대상이 아닌 B씨의 다른 재산에 대해서도 정해진 지분을 상속받을 권리가 생기는 상황이었다. 

A씨가 현재 거주 중인 집 또한 아버지인 B씨 소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는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숨기고 계속해서 소송을 진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실이 알려지면 소송이 끝나게 돼 불이익이 생길 것 같았다”는 취지로 혐의를 인정하는 진술을 했다. 

A씨의 범행으로 인해 B씨와 C씨 사이의 소송은 법률 대리인을 통해 계속 진행됐고, B씨 사망 1년 만인 지난해 4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의 휴대전화로 C씨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B씨가 사망한 사실을 숨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B씨의 외조카가 B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실종 신고를 접수했고, 경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자 이로부터 약 한 달 만에 A씨는 자수를 결심했다.

수원지법 여주지원은 A씨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고, 죄질이 중하다”며 시체은닉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최초 2023년 9월 시체를 유기했다고 진술했으나, 수사 결과 이보다 앞선 같은 해 4월 시체를 유기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며 “부검 결과 타살의 직접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시체은닉죄로만 송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B씨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에 이를 만한 외력 손상(두개골 골절 및 장기 손상 등)은 확인되지 않으며, 신체 타박상 등은 식별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부검 결과를 전달했다.

국과수는 “심장 동맥경화(석회화 진행)가 심해 심장마비 및 급성 심장사로 사망 가능성이 있어 보이며, 콩팥의 위축된 상태로 수신증을 보이고 있다”고도 전했다.

김지수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