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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우리생물] 큰기러기 사이의 숨은그림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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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23 23:40:35 수정 : 2025-01-24 11: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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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논에 가보면 부리 끝에 주황색 띠를 두르고 있는 암갈색의 새들이 바닥에 머리를 대고 열심히 떨어진 낟알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0월에 ‘V’ 자 모양을 그리며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이 새의 이름은 겨울 철새인 큰기러기이다.

사실 ‘큰기러기’는 한 가지 종이 아니다. 원래 ‘큰기러기(Bean goose)’ 안에는 큰기러기(Tundra bean goose)와 큰부리큰기러기(Taiga bean goose)라는 두 아종이 있었는데, 2017년 국제조류학회(IOC)에 의해 별개의 독립된 종으로 분리되었다.

큰기러기와 큰부리큰기러기 두 종은 형태적으로 매우 유사해서 구분이 어려웠지만 최근에야 종이 구분된 큰기러기는 전 세계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개체수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큰부리큰기러기는 1999년대 10만마리 수준에서 2009년에는 6만3000마리로 개체수가 급감해 개체군 보전과 현황 파악이 매우 시급하다.

영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큰기러기는 툰드라에서 번식하고, 큰부리큰기러기는 타이가 지역에서 번식한다. 툰드라와 타이가는 기후 및 식생에 의해 구분되는 생물군계를 가리키는 말인데, 툰드라는 대륙의 최북단 극지에 있는 고위도 한대기후 지역을 의미하고 타이가는 북위 50~60°의 아한대기후 냉대림 지역을 의미한다.

겨울철 큰기러기와 큰부리큰기러기는 우리나라로 남하하고 무리 지어 월동하는데 최근의 급격한 기후변화는 툰드라의 영구동토층이나 타이가의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곧 큰기러기와 큰부리큰기러기의 번식지 환경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월동지의 상황 또한 번식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토지개발로 인한 벼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현대식 농기구의 도입으로 낙곡의 양이 적어지는 등 서식 환경변화로 인해 두 종 모두 갈 곳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소현 국립생물자원관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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